전세보증금 53억 가로챈 ‘대구판 빌라왕’ 기소

6채 사들여 ‘깡통 전세’ 양산…임차인 77명 피해

대구=박천학 기자

대구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로부터 전세보증금 53억 원을 가로챈 ‘대구판 빌라왕’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형사 2부(부장 신종곤)는 사기 혐의로 A(42)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아무런 자본 없이 금융권 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대구 지역 빌라 건물 6채를 차례로 매수하면서 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의 합계액이 빌라의 담보평가액을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를 양산하며 임차인 7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억59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무자력으로 토지·건물을 매수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건물을 신축한 후 신축한 건물의 임차보증금을 받아 토지 매입비, 신축 공사비 등으로 지급했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다른 빌라를 차례로 신축해 신축한 빌라의 임차보증금으로 다른 빌라의 임차보증금 반환에 사용하는 등 속칭 ‘돌려막기’를 하고, 임차인에게 선 순위 보증금을 실제보다 대폭 줄여 알리는 등 피해를 양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생활 기반을 잃은 전세 피해자를 위해 최근 서울, 인천에 문을 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 전세피해지원센터와 협력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실 등을 활용한 임시거처 제공 등 주거지원 및 금융지원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별적 안내문을 발송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