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친일외교 논란' 대처 MB처럼?
日 독도 영유권 주장에 MB 헌정사상 첫 대통령 독도방문
지지율 상승효과 있었지만 독도 분쟁지역화, 한일관계 경색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독도 땅을 밟았다.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예민한 시기였다. 이 전 대통령은 독도 경비대원들을 만나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긍지를 갖고 지켜가자"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 독도 방문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됐다. 일본 노다 요시히코 내각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강한 항의 그리고 영토 문제에 대한 무타협 의지 표명. 이 전 대통령은 그 해 8·15 경축사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임기 초인 2008년 4월 "과거사에 얽매여 일본과 소원하게만 지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친일 외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지소미아) 밀실 추진 논란 등으로 1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즉각 반등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년 8월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3·14일, 16·17일 4일간 전국 성인 1222명 대상 실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26%를 기록했다. 같은기관에서 8월 6일 17%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띌 만한 상승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p)다.
여론도 이 전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기관이 8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0일, 21일 전국 성인 610명을 대상 실시)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적절했다는 67%, 적절하지 못했다 23%였다. '한일관계가 악화더라도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발언을 계속해야 한다'는 76%, '한일관계를 위해 더 이상 일본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17%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0%p다. 두 여론조사의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이 전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노다 총리는 독도 방문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며 주한 일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자국 대사의 본국 소환은 매우 강한 외교적 항의 표현이다.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일본은 이 전 대통령 방문을 빌미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독도 방문은 독도를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는 일본에 말려든 자충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기업 참여, 정부의 사과 없는 강제동원 해법으로 국내 여론의 거센 반발을 맞았다.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갈등 현안인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등을 두고 일본 언론 보도와 대통령실은 거듭 엇박자를 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초등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키자 대일외교 부정 여론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는 매년 이맘 때 이뤄지는 '예고된 악재' 였다는 점에서 외교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도 '독도는 우리땅'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공개적으로 '독도는 역사·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땅'임을 선언하고, 한일관계의 원칙과 방향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영토 문제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선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대국민선언이 과거사 문제나 후쿠시마 농·수산물, 오염수 방류 등을 두고 이어지는 '매국 공세', '친일 논란'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사례차럼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본도 강하게 항의를 표시할 것이 분명하다. 한일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과거사 문제를 양보했던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먼저 손을 내민 결과가 결국 한일관계 경색이라면 '대일외교 실패'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MB정부 말 때처럼 한일관계가 또 다시 파국에 이를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실은 당장 일본 반발이 부담되더라도 독도 문제는 지금 수습하지 않으면 총선 때 감당이 안 될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평론가는 "야당에서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는 만큼, 독도 문제에 대통령이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잘못한 일'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대국민선언에 따른 국내여론 수습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독도나 과거사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어떤 건 굴욕적으로 타협하고 어떤 건 강경하게 대응해서 계속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외교 실패"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는 "야권의 친일 공세를 방어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강제동원 해법으로 먼저 손을 내밀고도 한일관계 경색이라는 결과를 맞는다면 '독도는 우리땅 선언'은 되레 외교 전략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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