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충북지사 산불에도 골프 연습·술자리 ‘빈축’···“심려끼쳐 죄송”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데 강원·충북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이 골프 연습을 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빈축을 사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쯤 춘천 한 골프 연습장을 방문해 20여 분간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는 이날 고성지역에서 열린 식목 행사에 참석한 뒤 강원도청으로 복귀하던 중 골프 연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천시 두촌면 한 야산에서는 오후 3시49분쯤 산불이 발생해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산림·소방당국은 헬기 4대와 진화대원 등 110여명 인력을 투입해 2시간 10여분 만인 오후 6시 1분쯤 주불 진화를 마쳤다.
강원도 측은 김 지사가 업무시간이 아닌 연가를 내고 골프를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지사 연가 신청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원도 측은 “당일 (김 지사가) 구두로 연가 신청을 했는데 비서실에서 빠뜨려 뒤늦게 서류(연가 신청서)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 지사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산불 위기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중요한 시기인데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강원도의 해명은 도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골프 연습장이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골프 연습장이 산불 현장으로 달려가는 게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강원도지사의 책무다”며 “김 지사는 도민께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식목일이라고 나무 심기 퍼포먼스하고 돌아서자마자 불타는 산을 외면한 채 골프 연습장에 가버린 심리를 도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며 “화마에 상처받은 도민들의 마음에 또다시 불을 지르고야 만 김진태 지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지난달 30일 오후 발생한 제천 산불 현장을 찾지 않고 술자리를 가져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는 오후 1시쯤 산불이 났다. 불은 산림 21㏊(헥타르)를 태운 뒤 다음날인 31일 오전 9시 30분쯤 진화됐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북도립 교향악단 연주회를 참관한 뒤 오후 9시 30분쯤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 등과 술자리를 겸한 비공식 간담회를 했다. 해당 장소는 화재 현장과 차량으로 40여 분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잇따르자 김 지사는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야외 일정에 얼굴이 붉어진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충북도는 지난 1일 “산불 대응 매뉴얼에 따라 피해면적 100㏊ 이하 1~2단계 지휘권자는 시·군·구청장이고, 시·도지사는 피해면적 100㏊ 이상 대형 산불을 지휘한다”며 “도는 당일 제천 산불이 안정화하는 단계로 판단해 김 지사의 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김 지사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제천 산불 중 술자리를 가진 김 지사는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적극적인 재난 안전 대처를 약속해야 한다”며 “아무리 산불 1단계의 지휘권자가 시·군·구청장이더라도 도지사로서 더 적극적으로 재난에 대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변명보다 사과와 적극적인 재난 안전 대처를 약속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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