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평생 이런 큰불 처음" 함평 주민들 뜬눈으로 밤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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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 80년 평생 살면서 이런 시뻘건 불은 첨봤시야. 가슴이 얼마나 떨려븐지, 잠도 제대로 못잤당게."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전남 함평군 신광면 백운경로당에선 전날 산불을 피해 긴급 대피한 삼덕마을 주민 10여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경로당에 모인 삼덕마을 1·2구 주민 16명은 전날 건너편 대동면에서 난 산불을 피해 인근 마을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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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삼덕마을 주민 10여명, 불길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
혈압약 못 챙기고 피신만…자녀들 연락 빗발
"옆 마을은 탔다는데…큰일 없이 진화되길"
[함평=뉴시스]김혜인 기자 = "마을서 80년 평생 살면서 이런 시뻘건 불은 첨봤시야. 가슴이 얼마나 떨려븐지, 잠도 제대로 못잤당게."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전남 함평군 신광면 백운경로당에선 전날 산불을 피해 긴급 대피한 삼덕마을 주민 10여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주민들은 TV뉴스를 통해 산불 생중계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전날 난 산불로 마을 곳곳엔 뿌연 연기가 자욱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민들은 연기를 마셔 헛기침을 하면서도 마당을 오가며 불이 난 산을 바라보며 황망해했다.
경로당에 모인 삼덕마을 1·2구 주민 16명은 전날 건너편 대동면에서 난 산불을 피해 인근 마을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귀중품이나 혈압·당뇨약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몸만 피했다.
이 마을은 다행히 불이 난 산과 거리가 꽤 있어 농작물·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난생 처음 본 큰 산불에 불안해했다.
경로당 회장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까지 라면, 김밥 등을 제공했지만 주민들은 산불 걱정에 젓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자녀들에게서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와 안부 전화도 쏟아졌다. 노모는 "어 아가, 나는 괜찮응게 신경 쓰지 말어"라면서 자녀를 안심시켰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인근 마을 공장·돈사·비닐하우스 피해 상황을 공유했다.
어느 주민은 "아이고 옆마을은 다 공장이 폭삭 타부렀다는디, 어쩔란가 모르겄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정숙(88·여)씨는 "8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큰 산불은 처음봤다"며 "마당 앞 산에서 시뻘건 불길이 우리 마을쪽으로 오려고 하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별다른 피해 없이 불길이 빨리 잡히길 바라는 주민도 있었다.
장길임(86·여)씨도 "쪽잠 자고 일어나서 TV뉴스 보고, 다시 누웠다 일어나길 반복했다"면서 "연천 마을은 뒷마당 잔디까지 모조리 탔다고하는데 큰 일 없이 빨리 불이 꺼졌으면 한다"며 초조해했다.
전날 낮 12시19분 함평군 대동면의 양봉장 인근에서 산불이 나 산림 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등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이 불로 복분자 공장 4개 동이 모두 탔고, 돈사·비닐하우스 각 2곳도 타거나 그을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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