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에서’ 꺼내주세요[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3. 4. 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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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안에서’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콘텐츠 판다



■편파적인 한줄평 : 눈이 침침해 답답하네요.

61분간 ‘물안에서’ 갇힌 듯하다. 아웃포커싱된 화면들에 눈이 침침해지고, 도돌이표처럼 떠도는 중복 대사들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아홉번째 작품 ‘물안에서’다. 보는 내내, 물 밖으로 나오고 싶다.

‘물안에서’는 배우지망생인 젊은 남자(신석호)가 갑자기 영화를 연출하겠다며 학교 친구 둘과 섬으로 떠나 영화를 찍는 과정을 그린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한시간 남짓한 필름을 채운다.

‘물안에서’ 한 장면, 놀랍겠지만 실제 삽입 장면이다.



매우 불친절하다. ‘물안에서’라는 제목을 따라 거의 모든 장면 아웃포커싱으로 촬영됐는데, 군데군데 피사체마저도 너무 흐릿하고 뭉개져 이야기와 상관없이 눈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해도,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선택일지는 미지수다. 때론 파격적인 도전도 필요하다지만, 대중예술에서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그 의미가 닿지 못하는 ‘파격’이라면 결국 창작물은 ‘가보’로만 남길 수밖에 없다. 혹은 ‘거장’이란 수식어 아래 필터링 없이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본 결과물처럼 비치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이야기 맛도 살아나지 않는다. 그간 상황을 관망하면서도 툭툭 웃음보를 건드렸던 재치도 찾아볼 수 없고, 무릎을 탁 치게 할 만한 메시지도 없다. 그저 인물들이 묻고 답하고, 똑같은 질문을 또 묻고 또 답하고, 했던 말을 또하는 패턴만 반복될 뿐이다. 홍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건 얄팍한 대사에 실려 흘려보낸다. 멋없다.

홍상수 감독(왼쪽)과 김민희 제작실장.



시야가 보장되지 않고 이야기도 흡인력이 없으니 러닝타임은 수면제다. 3시간짜리 영화를 볼 때보다 졸음을 더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안에서’ 숙면하다 티켓값을 떠올리곤 벌떡 일어나는 이도 있겠다.

‘불륜’ 이슈 이후 홍상수 감독 뒤로 숨은 김민희도 더 이상 영화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전화 목소리로 잠깐 출연하지만, 반갑거나 신기하지도 않다. 그가 직접 부른 노래가 삽입돼도 큰 감흥은 없다. 물 안에 잠식된 듯 존재감이 미미하다. 오는 12일 개봉.

■고구마지수 : 4개

■수면제지수 : 2.8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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