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올몰트' 켈리, 진한맛 잔혹사 끝낼까
켈리 통해 1위 재탈환하겠다는 야심
올몰트 약세인 유흥시장 성공이 열쇠
하이트진로가 올해 맥주 시장 최대 기대주인 '켈리'를 공개했다. 국내에선 생소한 덴마크산 맥아를 사용했고 병 컬러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앰버' 컬러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하이트진로는 그간 '소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흥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올몰트 라거인 켈리를 통해 10여년 전 오비맥주에 내준 맥주 업계 1위 자리를 되찾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진한 맛 맥주는 유흥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겠다는 다짐이다.
올몰트 맥주가 뭐길래
일반적으로 맥주는 맥아(몰트)와 홉, 물, 효모로 만든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맥주인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는 청량감과 산뜻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맥아 비율을 70% 수준으로 낮추고 옥수수와 쌀 등 다른 전분을 섞는다. 카스, 하이트, 테라, 한맥 등 대표 국산 맥주와 버드와이저, 밀러 등 미국 라거들이 대표적이다.
올몰트 맥주는 이처럼 다른 전분류를 섞지 않고 100% 맥아만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분류다. 기존 국산 라거가 맛이 약하고 탄산만 강조했다는 비판이 일자 보리의 진한 맛을 강조한 올몰트 라거가 등장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스, 오비맥주의 오비라거 등이 대표적인 국산 올몰트 맥주다.
국산 올몰트 맥주가 처음 등장한 건 하이트진로가 '하이트프라임'을 선보인 2006년이다. 국산 맥주끼리 경쟁하던 시장에 수입맥주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진한 맛'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 맞춰 내놓은 제품이다. 이후 하이트프라임은 프라임맥스, 맥스, 크림생 올몰트 맥스로 리브랜딩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맥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오비맥주도 '골든라거'를 내놓으며 올몰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3파전 양상이 펼쳐졌다. 국내 맥주 시장에도 '올몰트'의 시대가 온 듯했다.
소맥에 밀리고 수입맥주에 치이고
매년 시장을 확대하며 맥주 시장 트렌드를 바꾸는 듯했던 올몰트 라거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전체 맥주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유흥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이 대다수인 유흥 시장에서 기존 카스·하이트보다 진한 올몰트 맥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가정 시장에서는 세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수입맥주에 밀렸다. 2010년 4300만 달러 수준이었던 맥주 수입량은 2014년 1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0년엔 2억2700만 달러로 10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4캔 1만원' 행사가 활성화하며 가성비에서도 국산 올몰트 맥주에 밀리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의 맥스는 2015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매년 줄었다. 2018년부터는 1000억원을 밑돌았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도 출시 초기 이후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며 고전했다. 이에 2017년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피츠'로 외도를 꾀했지만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 오비맥주는 2011년 선보인 골든라거가 맥스에 밀리자 2014년 '더 프리미어 오비'로, 2015년 '프리미어'로, 2019년 '오비라거'로 잇따라 리뉴얼했지만 반등을 이뤄내진 못했다.
켈리는 다를까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출시하며 "맥주 합산 업계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0% 후반, 하이트진로가 30% 중후반대로, 약 20%포인트 격차가 있다. 하이트진로가 업계 1위 탈환을 위해서는 테라의 점유율 하락 없이 켈리를 테라 수준의 브랜드로 키워내야 한다는 의미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맥스를 대체할 올몰트 맥주 포지션으로 어느 정도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병 컬러와 레트로 디자인 등 2030 젊은 층을 겨냥한 요소도 있다. 하이트진로도 '소맥보다는 맥주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를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급성장한 가정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 1위 탈환을 위해서는 유흥시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시 초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첫 3개월 내에 역전의 흐름을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올몰트 맥주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에도 불구하고 테라와 같은 가격을 책정한 것 역시 유흥시장 공략을 위한 한 수다. 유흥시장 특성상 출고가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매장에서는 1000원을 올릴 수 있다. 실제 롯데주류 클라우드의 경우 한동안 주점·식당 등에서 경쟁 브랜드인 하이트·카스보다 비싼 가격이 책정되며 점유율 상승에 제약이 걸리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켈리는 올몰트의 부드러움과 기존 라거의 청량감을 모두 갖춘, 본질에 집중한 제품"이라며 "제품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초반 영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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