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조 선생님’ 아이들 학습 실시간 분석·정서관리 척척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

김유나 2023. 4. 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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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실’ 들여다보니
英 3만여㎡ 규모 전시장 150國 참여
MS·삼성전자 등 600개 기업 총출동
교육부, 올 첫 15명 규모 방문단 파견
인공지능 활용 학습보조시스템 눈길
학업 데이터 관리, 교사 업무부담 ↓
유해정보 노출땐 방패 역할 하기도
사교육에 쏠린 국내 교육기술생태계
“정부·민간 손잡은 英정책 시사점 커”
‘다시 연결되고(Reconnect), 다시 상상하고(Reimagine), 다시 시작하다(Renew).’ 세계 최대 에듀테크(교육+기술) 박람회인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벳쇼)가 지난달 29∼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벳쇼는 1985년 영국교육기자재협회(British Education Suppliers Association·BESA) 주최로 시작된 행사로, 매년 전 세계 에듀테크 기업이 참석해 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그해의 주요 교육 이슈를 다루는 세미나 등도 함께 진행해 글로벌 에듀테크 흐름을 제시하는 교육업계 주요 행사로 꼽힌다. 150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여한 올해 벳쇼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미래 교실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3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Show(벳쇼)를 찾은 어린이들이 국내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 공동취재단
◆AI는 교사 보조 수단… 미리 본 교실

벳쇼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 빗대 ‘교육계의 CES’로 불린다. 개막 첫날인 지난달 29일 찾은 벳쇼 현장은 교육계의 CES란 수식어답게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3만1500㎡ 규모 전시장에는 600개 기업의 부스가 차려졌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들은 각 부스를 돌며 글로벌 에듀테크의 최신 흐름을 좇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에서부터 각국 스타트업까지 교육과 관련된 업체들이 한데 모여 교육 장비와 하드웨어, 학습 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선보였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은 물론 의자·책상 같은 가구를 전시한 곳도 있는 등 에듀테크를 넘어 교육과 관련된 모든 것이 총망라된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고 현장을 찾은 학생들이 직접 부스를 돌며 각 업체의 상품을 체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AI를 활용한 학습 보조 시스템을 선보인 곳이 많았다. 주로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는 등 교사의 ‘수업 외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학생이 패드 등을 통해 문제를 풀면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정보가 수집되고, AI가 각 학생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진도를 얼마나 따라왔는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는 현재 교육부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디지털 교과서가 쓰이는 교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AI가 또 다른 교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헝가리 기업 모자이크(Mozaik)는 실제 서책형 교과서를 재구성한 디지털 교과서를 소개했다. 디지털 교과서는 단순히 활자로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교과서 화면을 누르며 문제를 풀거나 직접 문제를 만드는 등 수업 내용에 따른 창의적 활용이 가능했다. 복합적인 개념의 경우 몇번의 손짓을 통해 다른 과목 교과서와 함께 볼 수도 있었다. 영국의 폭스턴(Foxton), 센추리(Century) 등도 맞춤형 학습 지원 플랫폼을 소개했다.
미국 기업 라이트스피드시스템즈(Lightspeed Systems)는 AI로 ‘정서’까지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들고나왔다. 단순히 디지털 유해정보 노출을 막는 것을 넘어 학생의 위기 상황을 감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이 ‘자살’ 등 유해 단어를 검색할 경우 장난으로 입력했는지, 위험한 의도로 입력했는지 등을 AI가 판단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아이들이 유해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거꾸로 위기를 막는 방패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혁신 기업을 뽑는 벳 어워드(BETT Award)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레프에듀케이션(Alef Education)은 최근 화두인 미국 오픈AI사의 대화형 AI ‘챗GPT’를 활용한 학습 플랫폼 ‘지피티치(GPTeach)’를 들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관계자는 부스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아인슈타인과의 가상 대화창을 보여줬다. 화면 속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챗GPT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벳쇼에 참가한 업체들은 학교 수업에 AI가 활용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 업체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교사란 것이다. 교실에 AI가 도입되더라도 AI가 직접적인 교사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교사를 보조하고 교사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질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도 벳쇼 개막식에서 “AI가 교육에 도입되면 교사 업무를 AI가 분담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도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혁신가는 교사와 학생 등 교육 종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Show(벳쇼) 현장을 방문해 한 에듀테크 관계자로부터 해당 업체의 디지털 교육 관련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디지털교육 배우자’ 교육부 직원 파견

교육부는 올해 벳쇼에 최초로 15명 규모의 방문단을 파견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 교육콘텐츠정책과 등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정책을 추진 중인 부서 직원이 포함됐다. 이번 파견은 평소 AI 활용 교육에 관심 많았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적극적인 의지로 성사됐다. 과거 3차례 벳쇼에 참석했던 이 부총리는 평소 직원들에게 “디지털 교육 정책 추진을 위해 벳쇼에 가서 글로벌 에듀테크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2025년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교육 생태계를 바꾼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내에서 아직 AI 등 에듀테크는 주로 사교육에서 많이 쓰이고 공교육에선 활용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영국은 에듀테크 선도 국가로, 민관 협력 생태계 조성 전략을 통해 교육 분야 전반에서 에듀테크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장 차관은 질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 캐럴라인 라이트 BESA 사무총장과 면담을 통해 이런 에듀테크 활성화 전략을 공유하고, 각국의 에듀테크 기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또 벳쇼에 참여한 한국 기업을 격려하고, 이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이틀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장 차관은 “영국의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며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에도 이런 선진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하는 디지털 교육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런던=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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