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 심의 18일 첫 전원회의…업종별 차등적용 '뇌관'
벨기에·독일 차등적용, 필리핀은 17개 지역별로 최저임금 결정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는 '시급 1만원 진입 여부' 외에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노사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대선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다시 논의에 불이 붙기는 했지만 노동계의 완강한 거부에 차후로 밀리게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고용노동부에 맡겼다. 올해 회의에서 논의를 진전해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계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올해 최임위 회의에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4일 고용노동부와 최임위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장관은 법정시한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최임위에 요청했다.
요청을 접수한 최임위는 27명 위원(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의 심의를 거쳐 90일 이내(6월29일)에는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최임위 첫 전원회의는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올해 회의에서는 '인상 여부' 외에도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노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첫해에만 적용했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은 시급 462.5원,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은 487.5원으로 중화학공업의 최저임금이 25원 더 높았다. 업무 강도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위 적게 받는 저임금 그룹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노사 간 충돌이 빈번했다. 이후 최저임금은 지금의 전국 단일 적용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노사 간 견해는 극명히 갈린다. 경영계는 업종별 경영여건이나 지역경제 상황에 차이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지역별 차등적용' 대신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에 법 근거가 명시돼 있는 만큼 합의만 하면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되, '사업의 종류(업종)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 노동력 상실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비록 법에는 규정돼 있지만, 지난 한 차례 적용 경험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규정임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매년 해묵은 논란거리지만, 올해는 노사가 더 치열하게 부딪힐 전망이다. 지난해 최임위 회의 때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 고용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후 차후 논의를 확대하자는 선에서 가까스로 사태를 봉합할 수 있었다면 올해 회의는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다만 아직 고용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최임위 측에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최임위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가 다시 점화한다면 해외 주요국가의 사례도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가 지난해 발간한 '2022년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6개 국가와 비회원 15개 국가 등 총 41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산업·규모·연령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 중인 국가는 19개국이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대부분 국가 단위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설정하되, 여러 요인에 따라 차등 적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었다.
대표적으로 벨기에는 국가 차원의 최저임금과 산업별 또는 사업장별 단체협약을 통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 중이다. 다만 산업별·사업장별 최저임금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고,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최저임금을 일괄적용하고 있지만,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에는 차등 적용을 인정했다.
전국 단위 최저임금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필리핀은 전국을 17개 지역으로 나눠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 성격의 지역노사정임금생산성이사회(RTWPB)에서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들 각 지역에 있는 RTWPB는 또 업종·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임위 1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노동계 측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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