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4·3사건 용어 동의 못해"... '극우의 늪' 빠져 지지율 깎아 먹는 與 지도부

김민순 2023. 4.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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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극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태영호 최고위원이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색깔론'에 또다시 불을 지피면서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추념식 불참과 맞물려 4·3사건에 대한 보수정권의 의도적인 홀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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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최고위원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입장 고수 
尹 대통령·김기현 대표, 추념식 불참 맞물려 '홀대론' 강화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태영호 최고위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극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태영호 최고위원이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색깔론'에 또다시 불을 지피면서다.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확장을 고심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지지율만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없는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억울한 희생을 당한 분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시키며 희생자분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 최고위원은 희생자를 추모하면서도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언급했다가 논란이 됐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3사건에 대한 용어부터 저는 동의할 수 없다. 4월 3일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이다. 결정에 의해 12개의 경찰서와 관공서에 대한 무장 공격"이라며 "그래서 저는 이 점에 대해서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0년 제정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기술된 사건의 정의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 법에서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민간인 희생 사건을 의미한다. 경찰의 3·1절 발포사건이 발단이 돼 남로당 반란과 극우단체의 민간인 과잉진압으로 확산됐다는 점이 기술돼 있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추념식 불참과 맞물려 4·3사건에 대한 보수정권의 의도적인 홀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논란을 키웠다. 이날 윤 대통령 추념사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으며, 국민의힘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철규 사무총장 등 지도부 일부만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추념식 참석 사진을 올리고 "국민의힘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4·3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더라도 희생된 분들에 대한 추념은 좌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념식 불참뿐만 아니라 최근 당 지도부에서 '5·18정신 헌법수록 반대'(김재원 최고위원) 등 극우보수적 인식이 여과 없이 표출되면서 총선을 1년 앞두고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불참은)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라며 "제주도민들께서 '제주 4·3에 대해 우리 정부여당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집토끼(보수 지지층) 잡기 행보만 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민생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행보는 오히려 묻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역사의식의 부재를 드러낸 태 최고위원에게 경고도 못 하는 김 대표의 한계"라며 "민생해결 의지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지다 보니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형성된 유리한 지형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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