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수전 vs ‘금수저’ 수전...트럼프 방패와 검찰의 칼 대결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법원 출석을 앞두고, 같은 이름의 여성 법조인 두 명이 주목받고 있다.
한 명은 맨해튼 지검 소속 검사 수전 호핑거(60)이고, 또 다른 한 명은 트럼프 측 변호인인 수전 네첼레스(64)다.
전 성인물 배우와의 불륜을 둘러싼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4일 법정에서 두 명의 수전(Susan)은 각각 칼과 방패로 날 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 시각) “트럼프와 뉴욕 검찰의 공방은 수개월 동안 미국 공중파를 통해 계속됐지만 4일부터는 맨해튼 시내의 낡은 법정에서 두 거물급 형사 변호사에 의해 벌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4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기소 내용을 알리고 공소사실에 대한 트럼프 측의 의견을 확인할 계획이다. 두 변호사의 법정 공방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두 수전은 엘리트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공격수 호핑거가 엘리트 법조인 집안 출신인 반면, 수비수 네첼레스는 이민자 부모 슬하에서 자란 ‘흙수저’ 변호사라는 차이가 있다.
호핑거는 32년간 맨해튼 지방검사로 일했던 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은 금수저 법조인이다. 언니와 형부 모두 저명한 변호사다. 뉴욕 법조계에서는 이 집안을 두고 ‘브라만 변호사 집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을 빗댄 표현이다.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로버트 모겐타우 맨해튼 지방검사장 밑에서 검사 일을 배웠다. 이후 가족이 운영하는 로펌에 들어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 등을 변호하는 등 굵직한 경험을 쌓았다. 호핑거는 트럼프 수사를 위해 지난해 친정인 맨해튼 지방검찰청으로 돌아왔다.
반면, 네첼레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어머니와 독일계 유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자수성가형에 가깝다. 뉴욕 ‘화이트 칼라’(경제‧금융 분야) 전문 변호사의 전설로 불리는 프레드릭 하페츠 밑에서 초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미국 5대 마피아로 분류되는 제노비스 패밀리의 2인자 베네로 망가노의 변호를 맡으며 법조계에 이름을 알렸다. 트럼프의 법률 대변인 역할을 하는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수전이 이 사건의 두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4일 본격화되는 법정 공방에서 ‘공격하고 지연하라’는 기존 전략을 반복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수십년간 많은 재판을 겪으며 ‘공격’과 ‘지연’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자주 사용해 왔고, 이번 재판에서도 담당 검사와 판사에 대한 공격을 이미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앞으로 진행될 절차의 단계마다 줄줄이 그 시한이 미뤄지도록 지연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법원에 출석한 후 같은 날 오후 8시 15분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으며 맨해튼 검찰이 선거 조작을 위해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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