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과 진단키트 개발, 개도국 지원”

제네바/김경은 기자 2023. 4.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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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피터 샌즈 글로벌 펀드 사무총장. /글로벌 펀드

“한국의 코로나 진단키트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죠. 특히 저희가 관심 갖고 있는 것이 멀티플렉스 진단키트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운이 있을 때 이 키트를 쓰면 단 한 차례 검사로 코로나 음성인지 양성인지 확인하는 걸 넘어서 진짜 코로나인지 아니면 독감인지 혹은 다른 질병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과 여러 질병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터 샌즈(Sands) 글로벌 펀드(Global Fund)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깨달은 게 있다면 각국이 감염병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다시 닥칠지 모르는 팬데믹(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국제 보건 분야에서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샌즈 사무총장은 영국 정부의 해외 및 영연방 담당 사무소를 거쳐 1988년부터 13년 동안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당시 클라이언트였던 스탠다드차타드(SC)와 연을 맺고 2002년 5월 그룹 재무담당 이사로 근무했다. 2006년 11월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돼 그룹을 이끌며 스탠다드차타드를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미 경제주간지 바론즈는 샌즈 회장이 아시아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닦은 점을 높이 평가해 ‘2010년 세계 최고 CEO 3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 금융인 출신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는 글로벌 펀드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들이 손잡고 3대 감염병인 에이즈(HIV)와 결핵(TB),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세계적 기구다. 코로나가 확산한 이후엔 코로나 대응에도 힘을 쏟았다. 2001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주창해 이듬해인 2002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글로벌 펀드는 전 세계에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조성한 기금으로 글로벌 펀드는 지난 2021년까지 20년간 155국에 53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재원의 약 72%가 나이지리아 등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19%가 인도·태평양 등 아시아 지역에 쓰이고 있다. 글로벌 펀드의 이 같은 지원은 전 세계 에이즈 지원 자금의 30%, 결핵 지원 자금의 76%, 말라리아 지원 자금의 63%를 차지하고 있는데, 실제로 에이즈 사망률 65%, 결핵 사망률 34%, 말라리아 사망률 26%를 줄이는 등 3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던 5000만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결핵 환자였던 방글라데시인 모하메드 아사드 미아씨가 자신의 아들을 보며 웃고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글로벌 펀드의 도움을 받아 결핵을 완치했다. /글로벌 펀드

그동안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기구 기여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펀드에 낸 돈도 2021년까지 6172만달러(약 813억원)였다. 작년 9월 미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1억달러(약 1317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앞선 3년(2020~2022)간 한국 정부가 약정한 2500만달러(약 329억원)의 4배 액수다. 기여금 순위도 6차 약정 때 공여국 중 20위에서 7차 땐 공여국 중 14위로 올랐다.

2018년부터 글로벌 펀드의 이사국으로 활동 중인 한국은 특히 코로나 이후 굵직한 활약을 펼쳤다. 글로벌 펀드는 해마다 40억달러 이상의 필수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중저소득 국가에 조달한다. 한국은 코로나 이후 지난해 초까지 4억8700만달러(약 6400억원) 어치의 진단키트를 공급했다. 글로벌 펀드에서 조달 물품 공급을 맡고 있는 후이 양(Yang) 공급운영부장은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펀드가 구매한 의약품 중 80%가 진단키트”라며 “한국은 인도, 중국, EU, 미국과 함께 의약품을 가장 많이 조달하는 국가 톱(top) 6에 든다”고 했다. 진단키트 분야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다.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파푸아뉴기니인 모니카 잭(가운데)과 그녀의 두 아들. 첫째 아들 데이비드는 HIV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다행히 둘째 아들 잭은 음성이다. /글로벌 펀드

샌즈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국가가 남을 도와주는 입장에 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기술력에서 앞서는 의약품을 만들어 빠르게 원조하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며 “한국은 혁신 측면에서 매력적인 국가”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인류는 세계 보건에 있어 굉장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재진행형인 코로나는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팬데믹을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중요하다. 글로벌 펀드는 한국과 함께 미래 대유행 준비를 강화하기 향후 3년간 개발도상국에서 의약품 조달 및 공급망 강화 노력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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