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한일회담서 돌덩이 치워”… 野 “징용 피해자가 돌덩이냐”

박훈상 기자 2023. 4.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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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첫날 한일회담 공방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4.3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필요하면 독자적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해선 국민 안전과 과학이 분명히 최우선 순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번(한일 정상회담)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언급했다가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가 돌덩이냐”는 반발을 샀다.

● 韓 “돌덩이 치워” 野 “굉장히 유감”

대정부질문 첫날의 핵심 쟁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및 수산물 수입 논란이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이 “윤 대통령이 방일 중 오염수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것.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일본 언론의 보도가 오보라면 강력하게 대응하라”며 “국내 언론 보도에는 성질내고 비행기(대통령 전용기)도 안 태우면서 해외 보도엔 아무 조치를 안 취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한 총리는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나 더 중요한 건 우리 정책을 명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비판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김상희 의원 질의에 한 총리는 “많은 외교적 결정은 최종적인 외교 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하고, 그 결정이 비판받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 국익을 느끼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전임 정부의 한일 외교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것.

이어 “일본에 굴욕적으로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우리가 받아올 게 있었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며 “그런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이제 (일본과)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굉장히 유감이다.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관련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도 “이분(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가장 거대한 돌덩이, 미래적 한일 관계를 방해하는 훼방꾼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이제까지 그런 것 해본 적 없지 않느냐”며 “이건 고도의 통치권적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사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 총리는 김 전 실장 교체 시점에 대해 “발표되기 몇 시간 전쯤 (알았다)”라며 “(내가) 주미 대사를 했지만 그런 인사(조치)에 의해 국가 정책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는 차질이 없다는 취지다.

● 與 “제2광우병 괴담” 野 “한미회담 의제로”

여야 지도부는 이날 대정부질문 시작에 앞서 오전부터 오염수 방출 및 수산물 수입 문제를 두고 ‘괴담’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감한 국민 먹거리를 두고 거짓 선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2007년 광우병,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괴담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사드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민주당에 대한 엄중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제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출 문제를 정식 의제로 끌어올려 미국의 전향적 입장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며 “‘괴담’ 운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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