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각편대, 3년 연속 통합우승 날았다
링컨·정지석·곽승석 활약
MVP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
남자 배구 대한항공의 주장 한선수(38)는 경기 시작 전 몸을 풀면서 유독 자주 고개를 흔들었다. 선수들에게 ‘그렇게만 하면 된다. 우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듯했다. 홈팀 선수 입장을 기다릴 땐 동료들과 가볍게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은은한 미소도 보였다. 결국 그는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2시간16분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대2(23-25 13-25 25-22 25-17 15-11)로 제압했다. 2세트를 먼저 내준 뒤 내리 3세트를 따냈다. 천안 원정 경기에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리그 최강 삼각 공격편대 링컨 윌리엄스(34점), 정지석(17점), 곽승석(9점)이 고르게 활약했다. 2020-2021시즌부터 3년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 삼성화재(2011~2014)에 이어 남자부 역대 두 번째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이다.
◇대한항공, 구단 사상 첫 트레블 달성
대한항공은 이날 2세트 때까지만 해도 패색이 짙었다. 1세트는 접전 끝에 2점 차로 내줬지만, 2세트엔 저조한 공격성공률(29.63%)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 세트만 져도 4차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하지만 평소 “모든 공에 도전하라(We go for every ball)”는 토미 틸리카이넨(36) 대한항공 감독 철학이 영향을 미쳤을까.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한항공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쳤다.
“다시 1세트다. 5세트에 가서 이기자”는 주장 한선수의 외침과 함께 내리 2세트를 따내고 5세트에 돌입한 선수들은 5-4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황에서 곽승석(35)의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앞세워 7-4로 달아났다. 그리고 14-11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았을 때 링컨이 때린 스파이크가 현대캐피탈 김선호를 맞고 코트 바깥으로 나가면서 경기가 끝났다. 작년 8월 순천 KOVO컵 결승에서 한국전력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더니,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까지 싹쓸이했다. ‘트레블’이란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노련한 세트로 공격을 진두지휘한 한선수가 기자단 투표 31표 중 23표(74%)를 얻어 2017~2018시즌 챔프전 MVP(최우수선수) 이후 두 번째 MVP를 수상했다. 한선수는 “지금 이 우승이 너무 뜻깊다”고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쉽게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이 끝까지 잘 버티고 싸웠다. 선수들이 힘든 순간에 다시 돌아왔고, 정말 말도 안 되게 (역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경기에서 마지막 공이 떨어지기 전까진 모두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한 시즌 동안 귀가 따가웠을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대한항공에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다”며 “(한선수가) 오늘 팀을 리드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최고 세터가 맞는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리빌딩 기대해달라”
준우승한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고 ‘팀 리빌딩’을 시작했다. 아직 과도기였던 지난 시즌엔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꼴찌를 했다. 하지만 올해 허수봉, 이현승, 김선호 등 젊은 선수들이 터지면서 리그 2위에 오르고 가장 높은 무대에까지 진출하며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때 경기력이 향상된 게 보였다”며 “현대캐피탈의 세대 교체는 이제 시작이다”고 예고했다.
/천안=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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