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막내의 ‘똘끼’…도로공사 ‘금쪽이’ 이예은
벼랑 끝 챔프 3차전 ‘조커’ 투입
마법의 ‘서브 에이스’로 역전 발판
감독들은 누구나 큰 경기에서 강한 이른바 ‘강심장’을 좋아한다.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지난 2일 벼랑 끝에 몰렸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큰 경기에 강한 ‘똘끼’ 있는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오랜만에 봤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19·사진)의 활약에 기분좋게 웃었다.
신인 이예은은 사실 배구팬들에게도 낯선 선수다. 제천여고를 졸업한 뒤 지난해 9월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정규시즌에는 단 1경기에 출전했을 뿐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매 경기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며 ‘비밀 병기’로 활약하는 가운데, 이날 도로공사 승리의 ‘조커’가 됐다.
1세트를 내준 도로공사의 2~4세트 역전극에는 연속 득점으로 이어진 이예은의 마법 같은 서브가 있었다.
2세트 연속 2득점으로 20-20 동점에 성공한 뒤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간 이예은은 상대 코트 오른쪽을 노린 깊은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어 냈다. 그쪽을 지키던 김연경과 김다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은 엔드라인에 걸쳤다. 도로공사는 이예은의 서브권에서 4점을 뽑아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3세트 20-21에서 박정아 대신 투입돼서도 서브 에이스 1개 포함 3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경기 수훈선수로 처음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예은은 수줍어하며 까르르 웃기만 하는 영락없는 10대였다. 하지만 대선배 박정아, 배유나도 이예은의 평범하지 않은 ‘똘끼’를 공인했다. 박정아는 “예은이는 우리 팀에서 별명이 ‘금쪽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도 없다. 갑자기 코트에 들어가서 자기 할 몫을 하니까 고맙다”고 했다.
이예은은 “서브도 작전이 그렇게 나와서 그 방향으로 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서브 에이스 상황에 대해서도 “긴장은 안 됐다. 장소랑 환경이 바뀌었지만 경기는 똑같다고 생각하니 떨리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신장(175㎝)이 작아 공격 쪽으로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수비와 서브가 좋다. 한 번 지켜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4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다. 도로공사는 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패 팀이 2승을 거둬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벼른다. 이예은은 4차전 각오를 묻자 “(5차전이 열리는) 인천으로 가자!”고 외쳤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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