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후 줄잇는 ‘안방 외교’…미국 패권 도전 본격화
우크라 중재자 자처도…미국 중심 국제질서 재편 의도인 듯
세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시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의 ‘안방 외교’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글로벌 리더십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6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3자 회담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은 2019년 11월 이후 3년5개월 만이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12월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이다. 두 사람의 방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 등을 견제하고 전쟁 중단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의 경제적 관계 등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의 방중을 미국과 유럽 사이를 파고드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14일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중국을 찾는다. 20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하는 룰라 대통령은 13∼14일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양국 교역 강화와 교육·과학기술 교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 등의 내용을 담은 20여개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보아오포럼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와도 연쇄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 반대, 개발도상국 공동 이익 수호 등을 내세워 미국을 견제했다. 또 중국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과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해 세계 각국의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제 협력을 고리로 한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는 집권 3기 들어 본격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글로벌 리더십 경쟁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달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도 중재자를 자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집권 2기에 글로벌발전이니셔티브와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데 이어 집권 3기를 시작한 후 글로벌문명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개념도 꺼내들었다. 모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자오퉁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을 잠식하면서 자국의 지배력을 높일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FT는 중국의 외교적 전진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라며 중국이 ‘중국식 현대화’를 서방의 ‘규칙에 기초한 질서’보다 개도국에 더 적합한 개념으로 홍보하며 리더십 경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이은 각종 글로벌이니셔티브도 경제력을 활용해 개도국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모리츠 루돌프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 차이나센터 연구원은 “중국과의 협력이 물질적 이익을 가져온다면 현대화가 서구화와 같을 필요가 없다는 중국의 주장은 많은 개도국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는 독재 대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서사에 대한 반론이며, 개도국에는 더 매력적인 이데올로기적 투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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