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임대료에 못 살겠다” 포르투갈서 시위

최서은 기자 2023. 4. 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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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월급보다 높아”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로 ‘주택위기’에 처한 포르투갈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서 주거권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수도 리스본을 비롯한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만명이 높은 임대료와 집값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주거권’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지금은 사회적 비상사태”라고 외친 시민들은 정부와 집주인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집을 갖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권리”라고 주장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높은 월세와 보증금(임차료 3개월치 이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의 월 최저임금은 760유로(약 108만원) 정도다. 그러나 리스본의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약 1350유로(약 191만원)다. 리스본의 임대료는 2015년 이후 65% 올랐고, 이 기간 동안 집값은 137% 치솟았다. 지난해 포르투갈 전체 평균으로 봐도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8.7% 상승해 30년 만에 최대폭 올랐으며, 임대료는 37% 급등했다.

이런 상황은 청년들의 생활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산다고 밝힌 20대 직장인은 “요즘 어떤 젊은이도 자신의 집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리스본의 평균 급여보다 내 월급이 높지만 그 돈으로도 아파트를 임차할 수 없을 정도로 집세가 비싸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유럽연합(EU) 여권을 제공하는 ‘골든 비자’ 제도를 종료하고 에어비앤비 등 단기 숙박업의 신규 허가를 금지하는 등 집값 잡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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