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물로 식히고 충전기 가급적 지상에…골든타임 확보가 중요[전기차, 아직은]
‘열폭주’ 피해 줄이려면…
‘전기차 포비아’가 마냥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의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자칫하면 불이 난다.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다.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은 보통 여기서 비롯된다. 차체는 손쓸 틈도 없이 삽시간에 불꽃에 휩싸이는데, 외부 충격으로 문이 뒤틀려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배터리를 보호하려고 둘러씌운 강철 케이스는 화재 발생 시 역설적으로 진화를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된다. 진화수가 들어갈 공간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일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로 이뤄진 현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막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물에 장시간 담가 열을 식히는 소극적인 방식 외에는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기술 혁신으로 안전성을 높인 새로운 배터리를 상용화하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발화점이 낮은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고온에 강한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국내 제조사 가운데서는 삼성SDI가 가장 먼저 전고체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등 한발 앞서 있다. 삼성SDI는 황화물 기반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부터 양산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종종 전기차 화재가 나자 최근 지하주차장 충전 시설도 논란거리가 됐다.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충전 시설이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라 연기나 열이 배출되기 힘들고 소방차 진입도 어렵다. 지상보다 질식 위험이 크고 주변 차량에 불길이 번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차주 대 내연기관차 차주’의 구도로 지하주차장 충전기 설치 여부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도 지상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게 이상적이며, 불가피하게 지하에 설치할 경우 입구 근처나 지하 1층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상계단 등 대피로에서 최대한 먼 곳에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며 근처 차량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셔터 같은 별도의 방화 구획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소화용 차수판이나 전용 급수설비도 필요하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시설의 고도를 낮춰 물을 뿌렸을 때 마치 목욕탕처럼 물이 채워지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실적 대안 없이 (주거시설별) 충전기 대수만 정해 놓는다면 화재 위험을 효율적으로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기차, 아직은] 화재 우려 커지고, 관심 줄어…‘전기차 제대로 알리기’ 숙제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