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탄 소나무 그대로…회복작업 더딘 울진·삼척
“아침에 마당에 나와 불에 탄 소나무숲을 보면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아요. 빨리 벌목이라도 해서 검게 변한 소나무들을 치워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피해를 정통으로 맞았던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주민 이모씨는 산불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적 고통에 대해 토로했다. 이씨는 “송이버섯 채취가 불가능해지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것도 문제지만 타죽은 나무들을 매일 보노라면 속이 상해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4일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9일 만인 같은 달 13일에야 완전히 꺼졌다. 지난달 18일 다시 찾은 피해지역은 1년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검게 탄 소나무가 그대로 남아있었고, 아직 살아있는 소나무들도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었다(사진). 산림청과 지자체 등이 벌목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방치된 면적이 여전히 컸다.
울진의 산불 피해지역 대부분에서는 벌목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피해 면적 1만6302㏊ 가운데 긴급벌채를 통해 피해목이 제거된 면적은 3.29%인 537㏊에 불과하다.
긴급벌채를 위해서는 산주의 동의가 필요한데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산주들이 피해에 무관심한 사례도 있다. 이참에 울진·삼척 지역의 숲을 소나무 위주에서 복합림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나무는 상대적으로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산불 발생 시 피해가 쉽게 커진다. 하지만 주민들은 소나무숲 복원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검성리 주민 이씨는 “당대는 아니더라도 후대의 누군가는 송이 채취가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과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숲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주민들은 다시 소나무를 심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의 경사와 토양 환경 등을 고려해 적합한 나무를 찾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풍에 살아난 불덩이…주민들 “생계가 타버렸다” 망연자실
- 화마 이겨낸 지리산…비밀은 ‘빼곡한 활엽수림’
- [단독]‘입꾹닫’ 산업부, 액트지오-석유공사 공문 제출요구에 “안보·영업기밀” 부실 답변만
- 4만명 몰린 대학축제서 술 먹고 춤춘 전북경찰청장 ‘구설’
- 심수봉 “박정희 대통령 당하는 것 목격, 제정신 아니었다”
- 1630마리 중 990마리 돌아오지 않았다...30대 직장인이 밝힌 진실
- [속보] ‘액트지오’ 아브레우 고문 “우드사이드, 조기 철수로 탐사자료 심층분석 못해”
- [에디터의창]출생률 제고를 위한 성욕과 교미의 정치경제학
- 유명 가수 집 직접 찾아간 경찰관…알고 보니 개인정보 무단 조회
- 개혁신당이 ‘김정숙 특검법’ 내는 국힘에 “쌩쑈”라고 비판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