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쉬세요 어르신, 논은 저희가 갈게요

최승현 기자 2023. 4. 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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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농업인 ‘영농대행’ 확대
강원 화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난해 채용한 농기계 전문 작업자가 고령 농업인 소유 논에서 모이앙을 대행해 주고 있다. 화천군 제공
전국 지자체들 저렴한 비용에
영농·수확철 장비·인력 지원
강원 화천 3년 만에 면적 2.5배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 효과도

“이젠 눈이 침침하고 힘도 없어 농기계를 다룰 자신이 없어요. 빨리 와 우리 논부터 좀 갈아줘요.”

강원 화천군농업기술센터엔 요즘 영농대행 서비스 일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고령의 농업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논바닥을 갈아엎어 평평하게 만드는 정지작업을 하기 위해 영농대행을 재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조성웅 화천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화팀 주무관은 3일 “4~5월 두 달간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영농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지한 후부터 어르신들이 자주 전화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봄 영농철에 380명가량의 고령 농업인들이 영농대행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각종 농기계를 비롯해 작업인력까지 미리 확보하는 등 채비를 모두 마쳤다”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영농대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화천군이 영농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6년 전부터다. 매년 3억~4억원을 들여 농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작업인력을 단기 채용해 파종기인 봄철과 수확기인 가을철에 영농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 이앙·써레·경운·정지 작업 등을 할 경우 농가가 부담해야 할 영농대행 서비스 비용은 1㎡당 30원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민간 농작업 대행비의 50% 수준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장비와 인력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보니 매년 신청 농가와 작업 면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화천군에 따르면 2019년 466개 농가(190㏊), 2020년 712개 농가(230㏊), 2021년 796개 농가(241㏊)에 이어 지난해 809개 농가(480㏊)가 영농대행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타 시·도의 상황도 비슷하다. 경북 영주시는 농협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영농대행단’을 구성, 5000㎡ 이하 농지를 경작하는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과 홀몸 여성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영농대행을 실시한다. 영주시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며 대행료의 30~50%를 보전해준다. 충북 옥천군도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농작업 대행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농촌 지역 자치단체들이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영농대행(농작업 대행)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영농비 절감뿐 아니라 농기계 안전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강원도 내에서는 748건의 농기계 사고로 8명이 숨지고 64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0~70대 고령층이 농기계를 조작하다가 낸 사고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지원 규모를 늘리는 자치단체도 많다. 강원도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벌이던 농작업비 지원사업의 수혜 대상을 올해부터 65세 이상으로 변경하고 지원 예산도 늘렸다. 올해 책정한 고령 농업인 농작업비 지원사업 규모는 29억4000만원(2800㏊)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6억2500만원(2500㏊)에 비해 12%가량 증가한 것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농작업비 지원 대상 나이를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변경했다”며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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