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 고교야구 실전 투입…'입시 비리 꼼짝마'

공의 궤적·탄착 지점 파악해 볼 판정…공정성 제고 계기될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입시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로봇심판)이 고교야구 실전 경기에 투입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대회 16강전 두 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을 시범 운용했다.

로봇 심판은 기계가 볼 판정을 내려주는 시스템이다.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공의 궤적과 탄착 지점 등을 파악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한 뒤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볼 판정 내용을 전달한다. 주심은 이를 듣고 그대로 판정을 내리면 된다.

이날 경기에선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심은 로봇 심판의 판정을 듣지 않고 직접 볼 판정을 내렸다.

대신 각 팀에 3차례씩 볼 판정 판독 기회를 주는 식으로 시범 운용했다.

이날 첫 경기인 마산용마고-세광고전에선 마산용마고가 3차례, 세광고가 2차례 판독을 요청해 모두 볼 판정이 변경됐다.

두 번째 경기인 경북고와 광주동성고의 경기에선 광주동성고가 한 차례 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이 유지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첫 경기에선 심판이 생각한 스트라이크 존과 로봇 심판의 존이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첫 경기 주심이 관련 정보를 두 번째 경기 주심에게 전달했고, 두 번째 경기에선 볼 판정 판독 요청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4일 경기부터는 로봇 심판을 정상적으로 운용한다.

주심은 로봇심판의 결정대로 볼 판정을 내려야 하고, 양 팀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정에 따라 상단 높이 101.31㎝, 하단 높이 42.88㎝, 앞면 좌우 폭 64.87㎝, 뒷면 좌우 폭 72.1㎝로 정했다.

이는 프로야구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에서 설정된 로봇 심판 스트라이크존보다 좌우로는 공 1개 정도 넓고, 높이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개발사인 스포츠투아이가 실행 값을 시스템에 입력해 설정할 수 있다.

스포츠투아이 박유나 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경기에서 큰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스트라이크 존을 거쳐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판독은 사람이 느끼는 볼 판정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로봇 심판 도입을 서두른 건 아마추어 야구의 볼 판정 불신을 해소하고 입시 비리 등 문제를 걷어내기 위해서다.

과거 고교야구에선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불신이 짙었고, 많은 갈등과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협회는 로봇 심판을 도입하기로 하기로 하고 지난 달 2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고교 지도자, 관계자, 언론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준성 이사는 "로봇 심판 도입으로 그동안 팽배했던 불신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각 고교지도자, 선수, 학부모 등의 이야기를 경청해 해당 시스템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로봇 심판은 2019년 미국프로야구 독립 리그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2024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2020년 8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하고 있다.

KBO리그 1군 무대 도입 시기는 미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지속해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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