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선입견과 싸워낸 조승우의 ‘유령’
2016년 ‘스위니토드’ 이후 7년 만에 새 작품
캐스팅 되자 보컬 지도까지 받고 무대 올라
“도망가고 싶었지만 많은 분이 용기를 주셨다”
팬텀의 광기·사랑 열연… “조승우는 역시 조승우”
그는 흉측한 얼굴 반쪽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팬텀(유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팬텀의 고독과 살인도 마다치 않는 광기, 신인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과 집착, 좌절 등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크리스틴이 가면을 벗기면서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흐르고 결국 크리스틴을 귀족 청년 ‘라울’에게 돌려보내기까지 팬텀의 분노와 애절함을 보여준 연기는 압권이다. 2000년 임권택 감독 영화 ‘춘향뎐’을 통해 데뷔한 뒤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배우다웠다. 무대 장악력도 여전했다. 이날 목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듯, 감정이 고조되는 극 후반부에 노래하다 일부 음정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팬텀 역 배우인 김주택·전동석·최재림(7∼11월 서울 공연에 합류)과 달리 성악 전공자가 아니지만 특유의 호소력 짙은 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할 때 팬텀의 감정을 잘 실었다. 노래 실력이 수준급임에도 팬텀 역에 캐스팅되자 캐릭터에 가장 어울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 보컬 지도까지 따로 받을 만큼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앞서 조승우가 출연했던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스위니토드’ 등 뮤지컬 작품처럼 현재까지 판매된 부산 공연의 조승우 공연 회차는 전석 매진된 상태다.
1∼3층 합쳐 1700석이 넘는 뮤지컬 전용극장인 드림씨어터는 오리지널 초연 당시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완비했다. 1t짜리 초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객석으로 아찔하게 떨어졌다가 무대 앞으로 날아가는 장면, 팬텀이 크리스틴을 배에 태우고 안개 자욱한 지하 호수에서 노 젓는 장면, 40명가량 배우가 형형색색 의상을 입고 춤추는 가면무도회 장면 등은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온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생각해 줘요(Think of me)’, ‘그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등 넘버들은 극장을 나서도 귓가에 맴돈다. 대사와 가사를 전혀 손댈 수 없었던 기존 한국어 공연 때와 달리 13년 만의 이번 한국어 공연에선 우리 정서에 맞고 어색하지 않도록 번역돼 관객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김주택 등 성악에 정통한 배우들이 폭발적 성량을 뽐내는 팬텀을 보는 것도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듯하다. 팬텀에 의해 무명 가수에서 프리마돈나로 거듭나는 크리스틴 역은 성악 전공자인 손지수와 송은혜가, 크리스틴의 연인으로 팬텀과 맞서는 라울 역은 송원근과 황건하가 맡는다. 막대한 제작비 때문인지 티켓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VIP석 19만원, R석 16만원, S석 13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이다.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
부산=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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