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에 30만 원짜리 본품 끼워 배송' 화장품 강매 주의

노인 등 취약계층 노려
본품 사용 시 반품 불가

A씨의 어머니가 배송받은 R사의 화장품들. 사진=A씨 제공

[천안]노인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무료로 화장품 샘플을 써보라며 본품까지 동봉해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대신 결제 했다며 제품이 배송되는 경우도 있었다.

천안에 사는 A씨는 지난달 31일 대전일보와의 통화에서 80대 노모가 화장품 강매 피해를 당할 뻔한 사연을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올 해 초 인천에 소재한 화장품 회사 '리턴 모 사(이하 R사)'의 판촉전화를 받았다. 기능성 화장품 샘플을 무료체험 해보라는 내용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주소를 일러줬고 지난 1월 택배를 받았다. 화장품 박스에는 120㎖과 10㎖ 제품 두 종류가 들어있었다. A씨의 어머니는 두 제품 모두 샘플로 여겼고 작은 제품을 먼저 사용했다. 120㎖에는 '본품 개봉시 반송불가'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황당한 일은 열흘 뒤 일어났다. A씨의 어머니는 R사로부터 또 다른 택배를 받았다. 그 안에는 32만 9000원이 청구된 지로영수증과 앞서 받았던 기능성 화장품 120㎖ 1박스, 수분크림 2개, 앰플 1개, 미백엠플 1개, 마스크팩 10장이 들어있었다. 수분크림은 유통기한이 1달도 채 남지 않은 제품이었다. 구매한 적도 없는 제품이 배송돼 당황한 A씨의 어머니는 A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화가 난 A씨는 R사에 항의전화를 했는데 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A씨의 어머니 대신 결제를 했다는 것. 의심이 든 A씨는 R사로부터 결제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통화 연결이 된 결제자는 대전에 사는 여성이었고 말투가 어눌했다. 이 여성은 "이미 결제 했다"며 화를 내고 끊었다. A씨는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R사에게서 강매 전화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며 "노인들에게 '반송 안된다'며 구매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이다. 본품 회수 전화도 못 받았다. 명백한 사기"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는 R사의 이 같은 판매방식에 부모님이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소비자 고발센터 홈페이지에는 R사의 기능성 화장품 고발글이 지난해 11월부터 게재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화장품 샘플을 빙자한 본품 강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화 권유 판매는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으며 법에서는 소비자의 청약 없이 일방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하고 재화 등의 대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본품 구매를 유도한 화장품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품 사용 때문에 돈을 냈다면 강매로 신고해야 한다"며 "몇 년 전에도 다른 회사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판매해 신고가 들어온 건이 몇 건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일보는 R사에 지난달 31일부터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안됐다. 3일 재차 시도해 연결이 됐지만 "관리팀이라서 잘 모르겠다. 영업팀에 바로 전달해 연결해 주겠다"고 한 뒤 전화를 받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가 받은 화장품에 동봉돼 있던 제품구입명세서. 사진=A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