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산불' 진화 그 속에서

윤신영 기자 2023. 4. 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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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들이 전화로 '어머님, 어디 계시냐?' 그러기에 병원에 있다고 말하는 사이, 어머니 댁에 불이 붙었던 거죠."

홍성 산불 초기부터 진화에 참여했다는 한 지역 소방관은 "어제부터 신고를 받고 불을 끄고 나오면 다른 곳에 또 불이 붙어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답답하고 막연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불들을 꺼야 하는 소방대원 입장에서는 막막함을 느끼기 전에 쉼 없이 화재들을 진압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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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된 민가 주민 "불행 중 다행, 어머니 집에 없었다"
'홍성 산불' 어려운 여건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진화
지역 주민들이 민가 뒤로 다가오는 산불을 막기 위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윤신영 기자

"고향 친구들이 전화로 '어머님, 어디 계시냐?' 그러기에 병원에 있다고 말하는 사이, 어머니 댁에 불이 붙었던 거죠."

홍성 서부면 양곡리 한 주택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서 내려온 박모 씨의 증언이다. 전소된 박 씨의 어머니 집 뒤 산에는 새까맣게 탄 흔적이 있었다. 박 씨의 어머님이 키웠을 얼룩무늬 고양이는 도망도 가지 않고 낯선 사람들에게 몸을 부비며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박씨의 어머니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민가들에는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불안한듯 서성이던 한 어르신은 "한식이 얼마 남지 않아 오전에 가족끼리 벌초를 하고 있었다"며 "산불이 거세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 있다가 돌아와서 산불이 집에 못 다가오게끔 가족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길 건너편 멀리 보이는 민가 지붕 뒤에는 비탈에 잔불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민가 인근 불과 몇 미터까지 불길이 다가왔지만 다행히 소나무재선충병 관리로 민가 인근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에 주민들이 충분히 불을 제어할 만큼 불길은 약해 보였다.

거센 바람을 타고 산봉우리를 옮겨가는 산불로 소방대원들은 쉴 새 없이 이곳 저곳 다니며 진화에 여념이 없었다.

한 산림청 관계자는 "보통 산불은 나무가 타기 전에 바닥 부근만 빠르게 타는데 이번 산불의 경우 강한 바람을 타고 불이 나무에 번져 큰불이 됐다"며 "불씨들은 바람을 타고 다른 산으로 옮겨가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현장지휘본부 허공에도 수많은 재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홍성 산불 초기부터 진화에 참여했다는 한 지역 소방관은 "어제부터 신고를 받고 불을 끄고 나오면 다른 곳에 또 불이 붙어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답답하고 막연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불들을 꺼야 하는 소방대원 입장에서는 막막함을 느끼기 전에 쉼 없이 화재들을 진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 산불보다는 작지만 지역에서 14년간 겪어온 불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지역 의용소방대들도 활약도 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한 여성 의용소방대원은 "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여념이 없다 보니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식사를 전달하러 갔다가 단 둘이서 화마를 막고 있던 대원들을 도울 수 있었다"며 "소방 호스를 대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날라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 있던 민가를 산불로부터 지켜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 의용소방대장은 "전날 오전 1시를 넘어서도 의용소방대의 다목적 소방차 6대로 잔불 정리와 산불확산을 막았다"고 평했다.

3일 오후 2시 기준 '홍성 산불'에 초대형 3대 포함 헬기 21대, 의용 800명·군 530명·소방 406명·공무원 750명 등 인력 총 2946명, 소방차 133대를 포함한 장비 154대가 활동하고 있다.

현수막이 찢어질듯 강하게 부는 바람은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현수막 너머로 다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인다. 사진=윤신영 기자
꺼졌던 산불이 다시 연기를 뿜으며 살아나는 모습. 사진=윤신영 기자
홍성군 서부면 양곡리 전소된 한 민가. 사진=윤신영 기자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부근에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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