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코스닥 상장 LB인베스트먼트 박기호 대표 | “초과 이익 주주들과 나눌 것…117억원 초기 투자 무신사 기대”

오귀환 조선비즈 기자 2023. 4.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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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연세대 경제학, 현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 기관협의회장, 현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부회장, 전 KB인베스트먼트 심사역,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상무)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범LG가(家) 벤처캐피털(VC)로 잘 알려진 벤처 명가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가 3월 29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LB는 1996년 LG전자, LG전선(현 LS전선) 출자로 설립된 LG창업투자의 후신이다. 지난 2008년 계열분리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이후 LB는 전방위적인 투자 활동을 통해 하이브, 펄어비스, 컬리, 직방, 크래프톤 등을 길러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다수 키워낸 LB는 잠재 유니콘도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사모 시장에서 2500억~9000억원 수준이다. 또 27년간 펀드를 운용하면서 단 한 건의 규약 위반이 없을 정도로 투명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LB 중심에는 박기호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상장을 앞두고 여의도 곳곳을 돌며 기관투자자(LP)들을 직접 만났다. 덕분에 LB는 3월 13~14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129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공모가도 희망 밴드 최상단인 510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해 1165.76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3월 15일 서울 강남구 LB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자체 출자금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주주와 그 과실을 나눠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른 상장 VC들은 호실적에도 주가가 부진하다. LB는 어떤 타개책이 있나.
“VC들의 실적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상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실적을 안정적으로 내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안정된 수익 구조를 보여주면 VC에 대한 평가도 개선될 것이다. LB는 그런 목표를 실현할 요소들을 갖고 있다. 연기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확보한 1조2000억원 규모 벤처 펀드로 관리 보수를 꾸준히 받고 있다. 여기에 운용 펀드들의 총내부 수익률(Gross IRR)을 30%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계획은.
“상장 이유 중 하나가 자체 출자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벤처 펀드를 구성하면 VC도 자금을 출자한다. 6%인 위탁운용사(GP) 출자 비율을 15%까지 늘리려 한다. 위험도 커지지만, 성공 시 이익도 확대된다. 미래를 위한 투자뿐 아니라 배당 여력도 키울 수 있다. 펀드 규모도 키워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최대 주주가 8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데, 그 주식은 30개월 동안 묶인다.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보단 배당금 지급이 최대 주주에게도 유리하다는 의미다. 배당 역시 다른 VC들의 평균 이상으로 할 계획이다.”

상장 과정에서 범LG그룹임을 강조했다.
“장점은 LG그룹의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다. 검증된 브랜드 파워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협력 과정에서 도움 된다. 해외 투자 과정에서 뿌리가 LG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는다. 단점은 없다. 포트폴리오 중 삼성과 연관된 것도 많다. 유망한 기업이라면 초기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벌인 삼성과 유관한 회사일지라도 (범LG그룹인 것이) 제약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LG그룹 이름을 달았으니 그로 인한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중국 기업 투자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3년간 봉쇄 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에 나서면서 LB가 주로 투자했던 서비스 산업 영역이 부상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을 잘 관리하는 동시에 상하이에 있는 현지 심사역들을 통해 이런 트렌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글로벌 VC로의 도약을 꿈꾼다고 했는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제2의 중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 지역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허브로 부상하는 곳이다. 또 내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사무소 설립도 계획 중이다. 투자를 위해 현지 채용을 진행하고, 본사 심사역도 파견할 계획이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게 투자의 세계인데, LB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그간의 성과가 아닌, 이를 통해 얻은 경험치를 봐달라. LB는 지금까지 547개 기업에 투자해 111개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마쳤다. 그 경험치가 쌓여 있다. 또 LB는 항상 선도적으로 유망한 분야를 찾아간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당 기업에 충분히 투자하고,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는 브랜드 가치가 좋은 기업들이 LB를 찾아오게 하는 요인이다. 선순환이다. LB에서 투자받으면 그 기업은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충분한 재원을 뒷받침해주는 기관투자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LB의 강점이다.”

증권가에선 VC 때문에 장외 기업 가치에 거품이 낀다고 비판한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을 분석할 때 주로 숫자와 실적을 본다. 반면 VC는 기업의 비전과 잠재력을 본다. 어디에 가중치를 부여해 판단할 것이냐를 두고 두 업계 간 견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포트폴리오 중에 투자자들이 관심 둘 만한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두는 이차전지나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산업들은 초기 단계에 투자해 계속 성장 중이다. 곧 투자자들에게 다가갈 회사는 무신사다. 무신사는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초기에 117억원을 투자했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 리브스메드라는 의료 기기 스타트업과 폭발 위험 없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스탠다드에너지에도 투자했다. 두 기업은 최근 투자에서 각각 기업 가치 5000억원과 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조만간 유니콘으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본다.”

대중의 관심은 떨어지지만, LB가 중요하게 보는 산업이나 기업이 있나.
“한국 유니콘들은 주로 플랫폼이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파두 같은 반도체 기업이나 몰로코 같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유니콘이 많은 분야는 B2B(기업 간 거래)와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다. 특히 콘텐츠 분야는 하이브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로봇과 드론 등 무인화 분야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LB 주주에게 하고 싶은 말은.
“VC 투자는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다. VC 주식을 고를 때는 그 VC가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봐달라. VC는 당해 연도에 당장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가 없다. 올해 투자해도 기업 성장은 몇 년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VC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시장을 주도하며 주주에게 충분한 이익을 돌려줄 것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LB인베스트먼트
본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업 벤처투자업
대표 박기호
설립 연도 1996년
총운용 자산 1조1935억원(2022년 3분기 기준)
대표 투자 기업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펄어비스, 무신사, 직방, 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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