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또 바이든에 뒤통수 … 러·中과 밀착하며 원유감산 주도
사우디 거침없는 반미행보
유가 하락하자 전격 감산 결정
푸틴 편들며 美 심기 자극
中주도 상하이협력기구도 합류
백악관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비축유 방출로 대응 나설듯
◆ OPEC+ 기습 감산 ◆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결정된 '깜짝 감산'은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보여준 탈(脫)미국 행보를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빈살만 왕세자에게 줄기차게 'SOS'를 쳤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 요청을 했으나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다.
그해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깜짝 감산을 발표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미국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뤄진 감산 결정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겨 내년 재선에 성공해야 하는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로부터 여러 번 펀치를 맞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OPEC+의 감산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 간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중동 내 대표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가 미국과의 협력 대신 중국·러시아 편에 서면서 신냉전 구도가 보다 확연해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수석상품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합의는 사우디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에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가 '더 이상 단극의 세계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산은 OPEC+ 차원의 공식적인 발표 없이 형식상 각 나라들이 개별적인 감산량을 발표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나 사우디가 주도한 감산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편에 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AP통신은 "이번 감산 조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금고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러시아가 홀로 서방 제재에 반발해 하루 50만배럴 감산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러시아와 OPEC+ 회원국들 간 동맹이 약화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결정은 산유국 간 관계가 여전히 튼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각국에 퍼지면서 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은행 파산 여파로 국제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져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 위기발 글로벌 수요 약세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설명이다.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비전2030'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동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AP통신에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 찬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유가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며 "사우디 자국 이익이 글로벌 파트너와 관계보다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은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권위주의 체제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지난달 28일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 경제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부분 가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작년 10월처럼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SPR을 1억8000만배럴 방출했다. 다만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이미 방출해 올해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SPR을 채우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그동안 백악관이 유가 하락 시 SPR 구매로 사우디를 안심시켰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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