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피해"…檢도 法에 불복, 美·中에 반도체 유출해도 '솜방망이 처벌'

장유미 2023. 4. 3. 16: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기술 유출' 집행유예 1심에 檢 항소…'간첩죄'로 처벌하는 美·日과 비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심에서 국내 반도체 관련 첨단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전직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불복해 항소했다.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부정 취득해 사익 목적으로 이를 활용한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A(4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에 항소를 제기했다.

앞서 A씨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퇴사했다. 이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지난 2018년 8월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등 33개 파일을 이메일로 링크한 뒤 외부에서 이를 열람, 촬영해 부정적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촬영한 사진을 삼성전자 경쟁 업체인 인텔로 이직하는 이력서 작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A씨 등 중국 업체로 이직한 엔지니어 2명과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2명도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겼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전 연구원 B씨는 2018년 8~10월 퇴사 전 빼낸 기술 자료를 새로 입사한 중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에서 활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이듬해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C씨는 B씨에게 반도체 초순수(Ultrapure Water) 시스템 운전 매뉴얼, 설계 도면 등을 건네고 자신도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

초순수 시스템은 물속 이온, 유기물,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10조분의 1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순수를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세정 작업에 활용하는 고난도 수처리 기술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술을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국산화에 성공했다.

B씨는 빼돌린 자료를 이용해 초순수 시스템을 발주하고 입찰 참여 업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양에 부합하는 설계 제안서와 기술 설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초순수 시스템 시공 하청 업체 D사 임원들은 입찰에 참여하거나 퇴사 후 개인 사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친분이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들을 통해 추가로 기술을 빼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는 해당 자료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극히 일부만 인정하면서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질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중요성이나 취한 이익을 고려하면 집행유예는 솜방망이 수준"이라며 "기술 유출의 처벌 수위를 보면 대부분 집행유예나 낮은 수준의 징역형에 그친다는 점이 해외 기술 유출을 더 조장하는 듯 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간 112건, 국가핵심기술 36건이 유출됐다. 이 중 디스플레이·반도체 부문만 50건에 달한다. 이에 따른 피해예상액(대검찰청 추산)은 25조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관련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관련 판결은 1심 재판 기준 집행유예가 39.5%에 달했다. 지난 2020년 서울반도체의 LED 핵심기술을 유출한 전직 연구원이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경쟁국인 대만이나 미국, 일본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대만은 적발시 간첩죄를 적용해 12년의 징역과 벌금 1억 대만달러(한화 약 44억원)를 부과한다. 미국은 국외 추방을 부과하며, 일본은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 기술 유출 처벌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유출한 자는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 산업기술은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이다. 해당 목적을 입증하는데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처벌 강화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경쟁국 대비 처벌 강도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국내 기업이 선두권에 있는 분야에서의 기술과 인재 유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심각한데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기술은 한번 빠져나가면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정부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에 나서는 등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대로 있다간 은퇴 임직원·협력사 등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한탕주의'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고려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형법상 간첩죄를 규정한 98조를 일부 개정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간첩죄의 전제가 되는 '적국'의 개념을 적국은 물론 '외국·외국인·외국인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국가핵심기술, 방위산업기술 등 산업기밀을 적국이나 외국·외국인·외국인단체에 유출했을 때도 간첩죄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첨단 산업시대에 접어들며 간첩행위 양상이 바뀌었다"며 "특히 기업의 핵심 산업기밀이 타국에 유출되면 국가에 큰 손실을 끼치기 때문에 간첩행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산업기밀 정보를 간첩하는 행위는 적국뿐 아니라 동맹국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며 "형법상 간첩죄에 있어 적국 개념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변경해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고 국내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