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사과 뒤에 숨은 고위 간부들…기습 사면 코미디 책임은 누가 [SS취재석]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대한축구협회(KFA) 역사상 최대 헛발질로 불리는 ‘징계 축구인 100인 기습 사면’ 사태의 본질은 귀를 닫은 조직의 최후다.
지난 2021년 1월 출범한 ‘정몽규 3기 체제’는 2년 넘도록 크고 작은 행정 사고를 범하고 있다. 그 중심엔 ‘불통’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몽규 회장의 책임이 있다. 그는 3선에 성공한 뒤 부서간 경계 없이 필요에 맞게 유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애자일(Agile) 조직’을 운영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자신이 운영한 현대산업개발 조직체계를 도입해 수평적 업무를 지향한 것인데, 내부서부터 소규모 인력을 지닌 경기 단체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데 견해가 모였다.
자연스럽게 주요 업무 전문성 결여와 더불어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논란이 따랐다. 특히 애자일 조직 구성 과정에서 외부와 소통하고 트렌드를 읽는 구실을 하는 홍보팀을 없앴는데, 주요 리스크 대응에 허점을 보였다. 결국 ‘정몽규 3기 체제’에서 주요 부정적인 이슈와 관련해 미디어, 팬과 소통법을 ‘무대응 전략’으로 뒀다.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각종 목소리가 대응해야 할 게 많아졌는데 ‘침묵이 낫다’는 게 내부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이번 기습 사면 이후 사흘 만에 철회라는 코미디 같은 일이 발생한 건 KFA가 지난 2년간 범한 실책의 종합 세트로 볼 만하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눈, 불통, 무대응까지. 모두가 외면할 상황을 자초했다.
정 회장만 탓할 게 아니다. ‘직언 또는 고언’을 아끼지 않아야 할 고위 간부의 책임이 사실 더 크다. 이들의 태도는 KFA의 젊은 실무자로부터도 외면받아왔다. 그래도 과거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전무이사직을 수행할 땐 각종 현안을 두고 ‘영업맨’처럼 발벗고 뛰면서 의견을 수렴, 정 회장에게 전달하며 부정적인 이슈를 최소화한 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KFA 한 직원은 지난달 31일 사면 철회 관련 임시 이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여러 실무자가 사면건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예스맨(고위 간부)’만 정 회장을 뒷받침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번 사면건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의결, 발표했는데 이미 한 달 전에 모든 퍼즐을 맞춰놨다. 고위 간부 2명이 프로축구연맹과 미팅했다. 공식적으로 논의를 위한 자리였지만 실상은 통보였다. 프로연맹 측은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사면 결정이 논란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KFA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사회에 참석했던 조연상 프로연맹 사무총장은 우려 요소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건 추진에 앞장선 고위 간부는 지속해서 ‘직진’이었다. 이사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외부 의견을 듣는 데 소홀했고, 사면 요청을 해온 일부 축구인과 배후 세력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심지어 KFA 다수 이사도 이사회를 앞두고서야 사면건이 추진된 것을 인지했다. 한 이사는 “민감한 요소(승부조작범 사면)가 포함된 사면건인데 미리 안건을 공유하지 않고 갑자기 듣게 돼 솔직히 당황스럽긴 했다”면서 “이사회 당일이라도 충분한 설명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면건을 추진한 고위 간부는 끝까지 침묵했다. 사면 철회를 전격 발표한 임시 이사회 직후 정몽규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사과 메시지가 담긴 입장문을 읽고 떠났다. 이때 주위 간부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가 자리를 떴다. KFA는 앞서 취재진에 ‘(회장의) 입장문 발표 후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진정으로 사죄하고 뉘우칠 사안이었다면 사면건을 추진한 간부가 적극적으로 미디어와 소통하며 해명해야 맞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했다. 그러나 사과마저 ‘회장님’에게 의지한 채 숨어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의 방관자’로 남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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