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예금 '동반 감소'…대기자금만 '급증'

유진아 2023. 4. 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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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전월 대비 4조 넘게 감소
정기예금 10조 이상 줄어…요구불예금만 두달째 증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수요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달새 약 4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잔액도 예금금리 하락 영향으로 약 10조원 감소했다. 다만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증시나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노리는 대기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시중 5대은행 가계대출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3일 기준 시중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7661억원으로 지난 2월말(685조4506억원)보다 4조6845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11조7674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여파로 시중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도 3개월 연속이다.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기존 대출 상환액이 신규 대출 규모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한달새 113조4865억원에서 110조9402억원으로 2조5463억원 줄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각각 1조5537억원, 1조9014억원 감소했다. 특히 주담대는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년대비 높을뿐더러 3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아직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 대출잔액은 상반기까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3월에도 710조9236억원에서 714조6748억원으로 3조7512억원 늘어났다. 가계대출보다 높은 금리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달 대비 대기업 대출은 1조5727억원 증가했고 중소기업 대출은 1조7467억원 늘어났다.

이중 개인사업자대출은 311조2703억원에서 311조755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달 연속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고전하는 개인사업자들이 다시 은행을 찾는 것으로 해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개인사업자 대출이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자금융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들의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악화되면 개인사업자들이 받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 은행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시중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지난 1월(0.08%)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은 새로운 대출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0.04%를 유지하다 8월 0.05%, 지난해말 0.07%까지 높아졌다. 1월과 2월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 5대은행 정기예금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시중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2월 815조7600억원에서 지난달 805조3384억원으로 10조3622억원 줄었다. 한달만에 다시 감소세다. 정기적금 역시 지난달 37조3220억원에서 2312억원 감소했다.

반면 요구불예금 잔액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요구불예금은 589조7247억원에서 598조2682억원으로 8조5435억원 늘었다. 특히 1월말과 비교해 24조7430억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이란 정기예금과 달리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입출식 통장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금리가 평균 연 0.1%대로 낮다.

올들어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것은 '대기자금' 성격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3%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고, 부동산 침체와 증시 부진 등으로 당장 대안으로 삼을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3%대 초중반 수준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의 예금 금리는 3.4~3.54%로 지난해 11월 5%대를 넘던 것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예금에 돈을 예치할 요인이 사라졌다"며 "이런 대기 자금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 돈을 묶어 놓지 않고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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