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공정위 마지막 허들 남기고 뜻밖의 '진실공방'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유선일 기자, 유재희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가 뜻밖의 진실공방으로 흐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군함' 사업에서 공정경쟁 제한요인이 있다고 봐 한화에 대안을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한화가 아무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화+대우조선' 심사의 마지막 허들 격인 공정위 심사가 뜻밖의 기싸움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와 대우조선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달 18일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보다 빠르게 결합 승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 7개국이 모두 한화와 대우조선 합병을 승인했다.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자국 기업들의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거다.
마지막 남은건 한국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9일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군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한화 측에 시정방안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3일 별도 브리핑에서 "한화가 경쟁제한성 해소 방안을 제출하는 등 관련절차를 마무리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화의 주장은 다르다. 한화는 공정위 브리핑 직후 입장을 내고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고 이에 대해 협의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기업결합심사 마지막 관문에서 뜻밖의 민-관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면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속전속결로 이뤄진 합병안에 대해 우리 공정당국이 시간을 끌고있는 상황에 대한 산업계의 불안감이 있다.
실제 한화와 대우조선 결합 승인 작업은 해외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신속하게 주요 7개국 승인 심사가 마무리됐다. 앞서 HD현대(현대중공업)가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엔 EU는 무려 25개월의 장기간 검토 끝에 승인 불가 결정을 내렸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당초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정위가 군함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한화의 전략무기나 기술정보가 대우조선에만 제공되면 방위사업청 등 함정 입찰 시 경쟁사가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는 거다. 또 함정 입찰 과정에서 한화가 대우조선과 다른 조선사를 차별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실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에서도 복수의 사업자가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사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가 직접 반박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한화 측은 "우리는 공정위의 자료 요구와 관련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어떠한 요구나 대화 요청이 있을 경우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승인한 기업 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고 있는 현실에 상황의 위중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 심사 지연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반박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수직결합으로 봉쇄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입장 전달했고, 우려를 없앨수 있는 시정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분명히 맞다"며 "이를 '협의 중이 아니다'라고 표현한다면 공정위로서는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한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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