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장기 가뭄대책…"4대강 보 물그릇 최대한 활용"(종합)
한화진 "보 처리방안과 대책은 별개…현존 시설 최대활용 취지"
댐 간 연계운영 확대…기후변화 극한가뭄 시 댐 바닥 물도 공급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광주·전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가뭄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4대강을 활용한 물관리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인데, 이전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뒤집기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028년까지 추진한 광주·전남 중장기 가뭄 대책을 3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연말까지 한강과 낙동강, 금강 중장기 가뭄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4대강 본류 16개 보 물그릇 최대한 활용"
대책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보 수위 상승으로 (4대강) 본류와 지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이를 통해 보 영향 구간에 있는 70개 취수·양수장과 71개 지하수 사용지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라고 명시됐다.
'4대강 보 물그릇'론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내세운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는 전 정부가 추진한 4대강 보 상시개방·해체 정책을 뒤집으려고 시도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찾았을 때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환경부도 작년 7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4대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보 존치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금강과 영산강 보 상시개방·해체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번 대책에 담긴 '보 활용' 역시 '보 존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책과 보 처리방안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대책은 보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하천시설을 가뭄 대응에 다 동원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며 4대강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정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한 장관 설명이다.
작년 초봄부터 이어지는 이번 가뭄 관련해 4대강 보가 직접 활용되는 경우는 금강 백제보 하류 물을 도수로로 보령댐에 공급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3일 보령댐 가뭄대응단계가 '관심'으로 격상되자 200여일만에 도수로를 재가동했다. 이 도수로로는 하루 11만5천t(톤) 물을 보령댐에 보충할 수 있다.
호남의 영산강에선 승촌보와 죽산보가 평소보다는 많은 물을 저류하고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승촌보와 죽산보는 현재 상류 수위가 6m와 1.5m가 되도록 운용돼 2천308만t의 물이 저장돼있는데 수위를 관리수위(7.5m와 3.5m)까지 높이면 1천160만t의 물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본다.
지난달 초부터 영산강 상류 하천수가 광주시 용연정수장에 하루 3만t씩 공급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보는 덕흥보로 이 보는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 용연정수장에 공급되는 하천수는 다음 달부터 하루 5만t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은 논란이 됐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전 정부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금강·영산강 보 상시개방·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공익감사에 착수했는데 이는 4대강 관련 다섯 번째 감사다.
4대강 보를 존치할지, 해체할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강에 녹조가 심해지면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가 가뭄이 깊어지면 보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습이 반복돼왔다.
보가 물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도 다른 평가가 나온다.
과거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는 2014년 12월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4대강 사업으로) 물 13억t을 확보하려고 계획해 11.7억t을 확보했다"라면서도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가 부족했던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2018년 7월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으로 생활·공업·농업용수는 연 1천700만t, 하천유지용수는 8천500만t 물 부족 해소 효과(2020년 기준)가 발생했다는 내용과 함께 "우리나라 권역별 물 부족 지역은 대부분 도서·해안·산간 지역으로 4대강 사업처럼 (강) 본류 수자원 확보로는 전국 단위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는 지적이 담겼다.
"기후변화로 극한가뭄 시 댐 바닥 물까지 활용"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광주·전남 중장기 가뭄 대책은 '과거에 경험했던 가장 극심한 가뭄'이 전남권 댐들에 동시에 나타났을 때를 기준으로 한 '1단계 기본대책'과 '기후변화로 이전에 겪지 못한 극한 가뭄이 나타났을 때'를 기준으로 삼은 '2단계 비상대책'으로 나뉜다.
극한 가뭄 정도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가운데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인 RCP8.5를 적용해 산출했다.
환경부는 기본대책과 비상대책으로 추가 확보되는 물은 하루 61만t 이상이라고 밝혔다.
기본대책에는 광주와 전남 목포·나주·화순·함평·영광 등 6개 지자체에 주암댐에서 공급하는 물(하루 48만t)을 장흥댐이 대신 공급(하루 10만t)할 수도 있도록 도수로를 마련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처럼 주암댐과 장흥댐을 연계 운영해 주암댐에 생긴 물 여유분을 여수산업단지에 공급할 수 있게 도수로를 신설하는 방안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또 광양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수어댐에 물이 부족할 경우에 주암조절지댐에서 산단으로 바로 물을 보낼 수 있게 비상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기본계획엔 ▲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하수 재이용수'를 생산해 여수산단에 공급 ▲ 해수담수화 시설을 건설해 여수산단에 물 공급 ▲ 고흥·광양·보성·순천 물 공급을 위한 지하수저류댐 2곳 건설 검토 ▲ 나주·목포·순천·영광·장성·진도·함평에 새 지하수 관정 개발과 노후 관정 개선 ▲ 상수관 개선으로 2035년까지 연 4천200만t 수돗물 누수 방지 등도 포함됐다.
비상대책으론 댐 저수위 아래 '비상용량'과 '사수(死水)용량'을 활용해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저수위는 댐에서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한선이다. 비상용량과 사수용량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댐 바닥 물까지 긁어서 쓰겠다는 의미로 별도의 취수설비가 필요할 수 있으며 오염도가 높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암댐과 주암조절지댐은 비상·사수용량을 활용하면 각각 123일과 28일간 물을 더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섬진강 다압취수장에서 하루 취수할 수 있는 물이 40만t인데 이를 최대 55만t으로 늘리는 방안과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공급하면서 하천 상류 농업용 저수지 물을 생활·공업용수을 쓰는 방안도 비상대책에 포함됐다.
섬에 대해선 지하수저류댐 확대와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이 비상대책으로 제시됐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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