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전동 킥보드 퇴출 결정했지만…낮은 투표율에 냉소적 시선
프랑스 파리에서 주민투표 끝에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주민들의 속내는 간단치 않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파리 20개구 주민들을 상대로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지속할지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 결과 89.03%가 서비스 지속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 138만명 가운데 10만3084명만 참여해 투표율은 7% 수준을 기록했다.
파리시는 낮은 투표율과 관계없이 이 투표 결과를 구속력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오는 9월 1일부터 파리에서 더는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고 시장은 “참여 민주주의를 확인한 아름다운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리는 유럽 주요 도시 중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금지하는 유일한 도시가 될 전망이다. ‘라임’, ‘도트’, ‘티어’ 등 주요 전동 킥보드 업체 3곳과의 계약도 오는 8월 말 이후 연장되지 않는다.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전동 킥보드를 도입한 도시였다. 2018년 도입 이후 현재 약 1만5000대의 전동 킥보드가 운영되고 있으며, 한 달 평균 45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무단 주차와 난폭한 운전 문제가 불거지고 인명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에서 발생한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408건으로 3명이 사망하고 459명이 다쳤다.
파리 10구청에서 투표에 참여한 파티아(66)는 “킥보드에 치일까 봐 아파트를 떠나지 않는다”고 르피가로에 말했다. 뱅상(49)은 “길가에 쓰레기더미처럼 방치된 킥보드 더미가 사라지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는 도입 초기 자동차를 대체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홍보됐지만 쉽게 고장 나고 버려지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
반면 시청 근처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던 마리(20)는 “불안할 때 밤에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빨리 이동할 수 있다. 택시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며 킥보드 이용을 옹호했다.
낮은 투표율이 파리 시민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마리 에스켈 페쉬 마리안느 편집장은 “투표 결과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반킥보드 진영인 백발의 시민들”이라는 글을 투표소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리 시의회 야당들은 논평을 내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보여준 것은 이달고 시장이 조직한 주민투표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밝혔다.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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