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의 버스 가로막기, 불통이 초래한 위험. 참사로 이어질 수도

김세훈 기자 2023. 4.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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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버스가로막기를 경험한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 수원 삼성 이병근 감독



일부 국내 프로축구단 서포터스가 성적 부진, 프런트 불신 등을 이유로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이른바 ‘버막’) 있다. 전북 현대 서포터스는 지난 1일 홈에서 포항전에서 패하고 귀가하는 버스를 가로막았다. 이들은 김상식 감독, 허병길 대표이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경찰까지 출동한 끝에 전북 선수단 버스와 코칭스태프 버스는 2시간 안팎 묶였다가 귀가했다. 수원 삼성 팬들은 2일 홈에서 열린 강원전에서 응원을 포기했다. 수원 서포터스는 지난달 선수단 버스를 두 차례 막았다. 이들은 경기 도중 상대를 응원했고 경기 후에는 버스를 가로막고는 “이병근 감독 퇴진” “야망없는 프런트 아웃” 등을 외쳤다.

전북은 1승1무3패로 8위다. 수원은 그보다 못한 2무3패로 11위에 머물고 있다. 전북은 최근 K리그 절대 강자의 위용이 떨어졌고 매년 ‘명가재건’을 꿈꾼 수원의 외침도 허망해졌다. 서포터스로서는 수년 동안 경기장에서 홈팀을 변함없이 응원하다가 부진이 이어지면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부진한 성적, 마음에 들지 않은 구단 운영에 답답함을 느낀 경우도 허다하다. 한 프로축구단 관계자는 “구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인 서포터스 입장에서는 부진한 성적, 불성실한 선수단 태도, 면피식 구단 행정 등을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경기장 외침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버스막기 등 장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포터스의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버스막기는 어쨌든 범법 소지가 충분하다. 누군가가 가는 길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공권력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심지어 공권력을 가진 곳도 사전 통보, 협조를 먼저 구하고 구역을 통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노한 서포터스에 둘러싸여 버스 안에 갇힌 선수단 입장에서는 엄청난 공포감을 느낄 게 분명하다. 버스를 가로막은 서포터스 중 일부는 반말을 넘어 심한 욕설로 감독을 호출한다. 서포터스 압박에 불려나온 감독이 할 말이라고는 “조금 더 기다려달라” “안 되면 책임지겠다”는 것뿐이다. 서포터스는 감독을 분노를 쏟아내는 대상으로 여기고 궁지에 몰린 감독은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프로팀 감독은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며 “나도 1시간 40분 동안 갇혀봤다. 비판하더라도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프로 감독을 경험한 한 지도자는 “서포터스 마음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버스를 가로막고 욕설을 퍼부으며 감독을 호출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감독과 구단을 비판하거나 심지어 응원 보이콧을 하더라고 서포터스 행동은 경기장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 가로막기는 구단과 서포터스 간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 구단과 서포터스가 구단 운영 방침, 선수단 목표와 비전 등을 공유하지 못한 데서 생긴 게 ‘버막’이다. 버막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현상에 가려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전북 구단, 수원 구단은 서포터스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구단 운영 방침 등을 수시로 서포터스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구단을 운영하려면 서포터스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식도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서포터스는 구단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단 직원, 선수단과 서포터스 간 개인 차원의 의사 교환이 왜곡돼 전파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서포터스의 바람은 구단이 잘되는 것, 단 하나뿐”이라며 “구단은 시즌 직전 등 필요한 시기에는 서포터스와 만나 구단 운영 방침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눠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포터스도 경기장 밖에서 힘을 과시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동시에, 일부 과격한 멤버들의 극단적인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버스 가로막기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양측 감정이 극에 달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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