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이어 안준영 PD… CJ ENM, ‘프듀 투표조작’ 핵심들 다시 채용
CJ ENM이 2019~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 유료 투표 결과 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돼 징역형까지 살고 나온 이들을 출소 1년여만에 잇달아 재입사시켰다.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을 당시 CJ ENM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었는데, 독단적으로 회사에 그토록 치명적인 유·무형의 손실을 입힌 이들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3일 CJ ENM에 따르면 안PD는 음악전문 채널인 Mnet 음악사업부에 다시 출근했다. CJ ENM 관계자는 조선닷컴 통화에서 “안PD가 작년 퇴사한 뒤 이번에 재입사했고, 3일 첫출근했다”며 “우리가 안PD한테 먼저 재입사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시청자를 속여 실형까지 살고 나온 사람을 재입사시키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는 “작년 퇴사 때 인사위를 개최했고, 징계 조치까지 다 마무리됐다”며 “당사 취업규칙상 재입사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입사했다”고 했다. CJ ENM이 내린 징계가 뭐였냐는 질문에는 “징계 수위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안 PD는 같은 회사 김용범CP와 함께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처벌을 받았다. 두 사람은 ‘프로듀스’ 시즌 1~4 참가자 순위를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임의로 조작해놓고도, 시청자들을 상대로는 ‘국민이 프로듀서’라고 홍보하며 문자투표 요금을 받고 부당 이익을 취한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특히 안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40여 차례에 걸쳐 4000만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까지 더해져,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훼손됐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습생들과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결과가 생겼다”고 했다. 안PD는 2021년 11월 징역형 2년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CJ ENM은 작년에는 안PD와 함께 시청자 투표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8개월 실형을 마치고 나온 김용범CP도 복귀시킨 바 있다. 당시 CJ ENM은 “김CP가 ‘회사와 사회에 끼친 피해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김CP는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건을 밝혀낸 건 시청자들이었다. 시청자 투표 결과에서 각 순위의 득표수가 특정 수의 배수(倍數)란 점이 드러났고, 유력 주자가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발탁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간 것이다.
CJ ENM은 2020년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프로그램으로 얻은 수익을 모두 내놓겠다”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복귀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징계로 제명됐던 축구인 100명을 최근 사면하면서 ‘12년 전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를 포함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샀는데, CJ ENM이 재입사시킨 두 사람의 범행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여 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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