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 15만원 줄때만 쓴다…이러니 장롱카드 많지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4. 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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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상 휴면카드 1500만장 돌파
느슨한 감독에 불법 현금마케팅 여전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폐지 영향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A씨는 있는지 여부도 까맣게 잊고 있던 신용카드 한 장을 서랍 정리 중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 한 쇼핑몰에서 현금 15만원 주겠다는 카드 모집인 권유로 발급한 카드였다. A씨는 현금 15만원 조건을 채우기 위해 6개월 가량 카드를 이용하고 그 이후에는 사용한 기억이 없다.

B씨는 신용카드 재테크 카페에서 소문난 ‘퐁당퐁당’ 방식으로 쏠쏠하게 현금을 챙기고 있다. 카드사들이 6개월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회원 대상으로 카드 발급 시 현금을 뿌리는 마케팅을 이용해 6개월 단위로 현금을 챙기는 식이다. 이렇게 이용하고 용도가 다한 카드는 필요가 없어진다.

한 신용카드 포털에 따르면 4월 한달에만 현금성 마케팅을 진행하는 카드사들의 혜택을 다 챙길 경우 1인당 155만원 정도를 받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년 이상 장기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장롱 신용카드(휴면카드)’는 1500만장을 돌파했다.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및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 가운데 1년 이상 실적이 잡히지 않는 휴면카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555만5000장으로 집계됐다.

직전 3분기에는 이런 휴면카드가 1464만2000장으로 1분기 동안 91만3000장 늘어났다.

전체 신용카드 중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7.98%로 직전 분기 대비 0.33%포인트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전업 카드사 중에는 하나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이 15.2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롯데카드 14.61%, 우리카드 13.75%, KB국민카드 10.6%, 현대카드 9.63%, 삼성카드 9.38%, 신한카드 9.11% 순이었다.

[자료 제공 = 여신금융협회]
휴면카드가 늘어난 것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특히 카드업계의 불법 현금성 마케팅,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전환된 휴면카드 자동해지 정책이 배경으로 손꼽힌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10만원 이상 현금을 주는 불법 마케팅이 사라지지 않아 목적 없는 카드 발급이 반복되고 있다. 카드사태처럼 길거리 모집만 아닐 뿐 현금을 주는 마케팅 행태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신금융전문업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드사에 카드 연회비의 10% 이상에 달하는 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바뀐 휴면카드 자동해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2020년 금융위원회는 9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를 자동 해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앤 바 있다. 카드 유효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카드를 다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업체를 통한 제휴카드 발급 시 많게는 몇 십 만원의 혜택을 주다보니, 현금성 혜택만 챙기려는 이른바 ‘퐁당퐁당’ 카드를 발급하는 사람이 급증한 영향이 있다”며 “지난 2020년 5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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