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장관 ‘사병 조직’ 논란 속 국가경호대 설립 승인
‘아랍계 주민’ 전담 조직으로 무력 탄압 우려
극우 장관 ‘사병 조직’ 논란 속 지휘권 문제는 보류
이스라엘 정부가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추진해온 ‘국가경호대(National Guard)’ 신설안을 2일(현지시간) 승인했다.
하레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열린 주례 각료회의에서 벤그비르 장관이 제안한 국가경호대 신설안이 통과됐다. 다만 신설되는 국가경호대가 벤그비르 장관의 ‘사병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지휘권을 누구에게 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보류했다.
최근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다가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백기를 든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 장관에게 ‘입법 연기 선언’을 하는 대가로 국가경호대 설립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정 내 핵심 극우 인사인 벤그비르 장관은 그간 사법 개편안 입법을 강하게 압박해 왔으며, 입법이 중단되면 연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입법 연기를 용인해주는 대가로 얻어낸 국가경호대가 사실상 그의 ‘사병 조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미 경찰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고 있는 그가 기존 조직과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직접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벤그비르 장관이 앞서 공개한 국가경호대 설립에 대한 내각 결의안 초안을 보면, 이 조직은 2000명 이상의 군 복무 대상자로 구성되며 지휘권은 국가안보장관인 자신에게 있다. 이 조직은 ‘민족주의자 범죄(nationalist crimes) 및 테러 대응, 기타 필요한 지역에서의 통치권 강화’에 동원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국가경호대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을 탄압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벤그비르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경호대는 아랍인 거주지역에만 예외적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벤그비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무력 진압을 주장해왔고,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2007년에는 아랍계 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및 폭력 선동, 테러 지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는 “벤그비르가 자신의 사조직 깡패군단을 국가경호대로 둔갑시켜서 전국 어디에서나 테러와 폭력을 자행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각료회의에서도 국가경호대 설립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길라 가밀리엘 정보부 장관은 벤그비르 장관이 다른 부처의 예산상 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국가경호대 설립을 강행하려 한다며 비판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앞서 갈리 바하라브 미아라 검찰총장도 국가경호대 설립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이 관할하는 경찰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코비 샤브타이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국가경호대 설립에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시스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벤그비르 장관에게 보냈다.
이런 반대 의견에도 결국 내각이 결국 국가경호대 설립을 승인함에 따라 관련 입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내각은 국가경호대 지휘권이 누구에게 종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려 있다”며 국방 및 안보기관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90일 이내에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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