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마스크’ 뚫고 나오는 폭발적 연기… ‘조팬텀’에 홀렸다

박세희 기자 2023. 4.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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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3년만에 한국어 공연
조승우, 서정적인 유령 감정부터
살인마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220벌 의상·1t 무게 샹들리에…
오리지널 공연 그대로 구현하려
모든 소품 英서 공수해 ‘보는맛’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13년 만에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조승우의 유령역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앤코 제공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것은 무려 13년 만에 성사된 한국어 공연이라는 점에 더해 ‘조팬텀’(조승우 팬텀)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뮤지컬계에서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조승우의 첫 유령 도전에 팬들은 설레했고, 큰 관심 속에 오는 6월까지 이어질 부산 공연에서 조승우 회차는 전석 매진된 상태다. 전 세계 1억4500만 명이 찾은 희대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조승우의 역사적 만남의 현장을 지난 1일 다녀왔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유령은 파리오페라하우스 지하의 어둠 속에 파묻힌 채 살아간다. 그가 집착하는 것은 노래뿐. 유령을 사별한 아버지가 보낸 ‘음악의 천사’라 믿는 순진한 소프라노 크리스틴을 가르치며 그녀를 프리마돈나로 키워낸다. 하지만 그의 집착은 광기로 흘러 살인까지 이르고, 젊은 귀족 라울과 사랑에 빠진 크리스틴에게 분노한다.

조승우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연기력이다. 한쪽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져 있는데도 그는 섬세한 표정 변화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해 낸다. 단순 음악을 향한 열정에서 질투, 사랑으로 변하는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의 변화를 온몸으로 드러내기에 관객들은 그런 그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 특히 조승우 유령의 감정은 극 후반부에 폭발하는데, 사랑하는 크리스틴의 키스를 받은 후 그녀를 떠나보내는 그는 절규하며 눈물을 흘린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살인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승우의 유령은 진심이고, 그렇기에 마음 아프다.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서정적으로 유령을 표현해 내는 그지만, 동시에 소름 끼치는 살인마의 모습도 지니고 있어 다채롭다. 납치당한 크리스틴을 구하러 라울이 찾아왔을 때 그는 라울을 처치할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는데, 이때 약간 구부정한 몸에 기이한 형태로 목을 한 바퀴 휘 돌리고 희희 웃음을 짓는 모습이 음습하다.

조승우는 이날 공연을 마치고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 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다”면서 “결국 막이 올랐고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많이 떨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샹들리에는 천장에 매달렸다가 극적으로 추락한다. 에스앤코 제공

완벽하게 넘버들을 소화해내는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와 무대를 꽉 채우는 42명의 배우들, 한국 배우들에게 맞게 이번에 모두 새로 제작한 220여 벌의 화려한 의상, 그리고 환상적인 무대 연출도 인상 깊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유명한 소품인 1t 무게의 샹들리에는 공연 시작 직후 관객들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쳐 서서히 올라가 15m 높이 천장에 매달리고, 극 중반 유령의 외침과 함께 극적으로 추락한다. 임현철 드림씨어터 기획운영팀장은 “두 개의 거대한 모터를 활용해 샹들리에의 움직임이 더 힘 있고 정교해졌다. 관객들에게 더욱 극적인 경험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욱한 안개와 함께 수많은 촛불이 솟아오른 무대 위 유령과 크리스틴이 함께 배를 타고 지하 호수를 건너는 부분도 명장면이다.

무려 13년 만에 성사된 한국어 공연인 이번 무대에선, 유령이 공중에서 천사상을 탄 채 노래하는 등의 연출도 이뤄졌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는 “유령이 천장에 매달린 구조물에서 등장하는 등의 장면은 장치 설치 시간 부족, 안전상의 문제 등 이유로 투어 공연에선 할 수 없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라운드 음향을 활용해 관객의 바로 옆, 뒤에서 유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음향 연출은 실제로 공연장 안에 유령이 있는 듯한 오싹함을 선사한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오리지널 공연 그대로를 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는데, 실제 모든 무대 소품들은 영국에서 제작된 뒤 대형 컨테이너 20대 분량으로 공수됐으며, 국내외 120여 명의 스태프가 8주 동안 부산에 상주하며 무대를 준비했다.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이며 7월에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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