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어… 벚꽃 비 사이로 춤을 추어요

장재선 기자 2023. 4.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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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둘러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벚꽃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들의 색감이 화사해서일 것이다.

작가는 "관객이 참여해 함께 춤을 추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지향한다"고 했다.

물성과 영성이 함께 춤을 추는 작품으로 동서의 경계를 무너트리겠다는 그의 도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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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철 작가 ‘댄싱 가든’ 전시회… 인사동 선화랑서 29일까지
꽃비·흙·물·하늘정원 테마
“관객 참여 인터랙티브 지향”
설치작가 심영철이 신작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꽃비 정원’. 선화랑 제공

전시장을 둘러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벚꽃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들의 색감이 화사해서일 것이다. 심영철(66) 작가의 개인전 ‘댄싱 가든(Dancing Garden)’은 제목처럼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어 춤을 추는 이상향을 꿈꾼다.

이번 전시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 1∼4층 전관에서 지난달 31일부터 펼쳐지고 있다. 층마다 영상, 조각, 조명 등 복합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설치돼 있다. 화랑 측은 “워낙 대규모 작품전이어서 평소 수장고로 쓰던 4층을 전시장으로 개조했다”고 밝혔다.

1층 ‘꽃비 정원’은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영상이 전 방위로 투사되는 공간이다. 거기로 가기 위해선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작가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경계”라고 했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어서 우주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의 세계이다.

2층 ‘흙의 정원’은 고려청자 형상의 거대한 조각이 중앙에 떡 자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원형 흙 제단 위에 있는 청자로부터 쏟아지는 빛이 벽면의 산수화 그림자와 조응한다. ‘물의 정원’을 소주제로 한 3층은 커다란 수조 안에 3개의 연꽃이 활짝 펴 있다.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데, 스틸로 만든 꽃들이 조명을 받지 않는다면 그 실체는 어떨지 생각해보게 된다. 4층 ‘하늘정원’은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으로 만든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가느다란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서로 입맞춤을 하고 있다. 인간이 사랑을 통해 하늘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비늘처럼 남녀의 몸을 이루고 있는 철 조각을 만지면 소리가 난다. 솟대의 새가 하늘을 부르는 소리라고나 할까.

작가는 “관객이 참여해 함께 춤을 추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현대미술의 첨단 경향인 미디어를 활용한 ‘가든’ 연작으로 이름을 얻었다. 대전엑스포 때의 ‘일렉트로닉 가든(Electronic Garden)’은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모뉴멘털 가든(Monumental Garden)’으로 진전됐다. 이후 개인적 위안을 지향했던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물질 에너지의 영적 형상에 관심을 둔 ‘매트릭스 가든(Matrix Garden)’, 대우주에 존재하는 것 자체를 긍정하는 ‘블리스풀 가든(blissful Garden)’이 나왔다. 이제 댄싱 가든이다. 지난 2월 수원대 미대 교수를 정년 퇴임한 작가는 유럽에 가서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물성과 영성이 함께 춤을 추는 작품으로 동서의 경계를 무너트리겠다는 그의 도전이 주목된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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