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내부 정비 끝내고 M&A로… 증권·보험사 인수 시동
신한·하나는 보험사 인수에 눈독…매물도 많아
비은행 목 마른 금융지주사…M&A 시장 ‘풍년’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신임 회장과 각 계열사 사장단 인사, 조직 개편 등 내부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은행에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을 통한 과도한 수익 창출을 자제할 것을 압박하면서 증권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M&A 시장에 매물도 풍성한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매각 절차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사모펀드(PEF)가 보유 중인 롯데손해보험도 곧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MG손해보험과 KDB생명, ABL생명 등 보험사들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부 증권사도 물 밑에서 비은행 사업 강화에 절박한 금융지주사의 구애를 받고 있다.
◇ ‘임종룡號' 닻 올린 우리금융, 증권·보험사 인수에 사활
금융지주사 가운데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를 두고 있지 않아 비은행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가장 절박한 상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신임 회장도 지난달 24일 정기 주주총회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 인수 여부에 대한 질문에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특히 증권사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증권사는 금리 하락기 등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시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어 비은행 부문 중 가장 핵심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2014년 이 회사를 NH농협금융에 매각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리테일(소매영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를 인수해 은행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높이려는 우리금융의 의도에 가장 부합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유안타증권은 전신인 동양종금증권 시절부터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주력 상품을 통해 소매 영업과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강점을 가진 ‘리테일 강자’로 꼽힌다.
이 밖에 PEF가 소유해 언제든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우리금융의 새 먹잇감으로 이름이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08년 G&A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15년이 흘러 매물로 출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 보험사 없는 우리, 손보사 경쟁력 시급한 신한 뛰어들 듯
금융사 M&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물이 나온 업종은 보험이다.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 KDB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을 포함해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도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롯데손보는 지난해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긴 했지만,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의 수익성이 높아 여러 금융지주사의 눈길을 끌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보험사 인수에 대한 금융지주사들의 관심도 큰 상황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그룹 계열사 가운데 보험사가 없어 M&A에 계속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 업계에서 아직 입지가 크게 약한 상황이라 추가로 보험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진옥동 회장이 새로 취임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대형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에 비해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는 규모가 작고 온라인 영업에만 특화돼 있어,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춘 손보사들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신한금융은 베트남에서 현지 금융사를 잇따라 인수해 현재 1위로 올라선 데다, 진 회장 역시 적극적인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우리·하나, 롯데카드 매각 재개되면 참여 1순위 거론
카드사의 경우 롯데카드가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이에 참여한 하나금융 등과의 가격 차가 커 결국 본입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각각 계열사로 두고 있는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아직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재개될 경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다시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금융 당국이 은행의 과도한 수익 창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는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의 실적 개선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 보험, 카드 등 업종이 다른 금융사의 경쟁력을 키울 경우 여러 경제 변수에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KB금융과 NH농협금융 등도 M&A 시장에 계속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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