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에스엠 이어 DB하이텍...행동주의 펀드가 주목한 ‘이 조항’
정관상 취약점 노출...이사회 과반 동의 시 대표 해임 가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며 다음 타깃을 공식화했다. KCGI가 겨냥한 한진칼과 DB하이텍, 얼라인이 겨냥한 에스엠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사회에 최대 인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 경영진보다 많은 이사 후보를 올리고 진출할 경우,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절반 이상 동의를 얻으면 대표이사 해임도 가능해 최대주주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지분 매입 배경으로 미래 성장성, 우수한 시장지위에 기반한 경쟁력에 비해 DB하이텍의 기업가치는 극도로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KCGI가 DB하이텍을 겨냥한 이유 중 하나로 취약한 이사회 구성 단계를 꼽고 있다. DB하이텍 정관에 따르면 이사 선임 조항 중 이사는 4인 이상, 이중 사외이사는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라는 내용이 존재한다.

통상 기업 정관에는 최대로 선임할 수 있는 이사회 인원이 있는데, DB하이텍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한진칼, 에스엠도 이사회 최대 인원을 정하지 않았다. 이와 다른 예로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 선임에 이사 3인 이상 14인 이하로 두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렇게 상한을 설정하면, 외부 세력이 이사회에 진출하거나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는 게 어렵다. 이사 해임은 임시주총 특별결의 사안이어서 이사회 과반이 동의해야 하는데, 기존 이사진 구성만으로도 방어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DB하이텍 이사회는 대표이사 1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최대 인원 제한이 없어 KCGI 측 다수 인사를 이사회에 투입해 우군 수를 늘리는 게 가능한 구조다. 만약 7명 이상 진출한다면, 특별결의를 통해 이사회 절반 이상 동의를 얻어 대표이사도 해임할 수 있다.
DB하이텍이 법무부 표준정관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이사회 구성에 틈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상장사가 정관을 만들면서 법무부 표준정관 서식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쓰다 보니 이런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해당 부문을 수정하지 않는 기업들은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에 대한 소액주주 반감이 큰 점도 KCGI에 유리하다. DB하이텍 최대주주 지분이 17% 정도인데, KCGI 지분 7%에 소액주주 지분을 합치면 이사회 진출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해도 소액주주들이 KCGI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지배회사 격인 DB(DB아이엔씨)가 DB하이텍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DB하이텍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해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부 물적 분할을 공시했고,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소액주주 연대와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DB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받았다. 2021년 말 기준 DB의 자산총액이 6020억원, DB하이텍 공정가액이 전체 자산 중 66.6%를 기록해서다. 만약 지주사로 전환하면 DB는 DB하이텍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DB하이텍 주가가 오르면 DB의 재무적인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자금력도 약점이다. 3일 기준 DB는 DB하이텍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사 요건을 맞추려면 17% 정도를 더 매입해야 한다. 이날 종가(7만2300원) 기준으로 56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1년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1147억원에 불과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DB하이텍을 지주사로 편입하지 못할 경우 DB는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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