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쓴잔, 국민연금은 실속… 희비 갈린 주총
지난달 주주총회 시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국민연금의 희비가 엇갈렸다.
배당금 인상 등 여러 주주 환원책을 들고 나와 개인 투자자들 환영을 받았던 행동주의 펀드들은 대부분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반면,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의 주총에서 의안을 뜻대로 관철시키며 실속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가 결실로 이어지려면 우호 세력이 더 탄탄히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행동주의의 타깃이 된 기업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락하는 투자 풍토도 지양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동주의는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투자 행위를 말한다.
◇행동주의, 주총서 잇단 고배... SM·남양은 성공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제안을 내거나 특정 안건을 지지한 주요 기업 7곳(SM엔터테인먼트·KT&G·JB금융지주·태광산업·BYC·KISCO홀딩스·남양유업) 중 SM·남양을 제외한 5곳에서 펀드가 고배를 들었다. 펀드는 사측의 소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비판하고, 제안을 주총에 상정시키기 위해 소송전도 불사했지만 대부분 사측 승리로 끝났다.
KT&G는 안다운용·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동시 공격을 막아냈다. 펀드의 현금 배당(주당 7867~1만원), 사외이사 증원 안건들은 부결됐다. 펀드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아예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과 BYC에 대해 제안한 배당 확대안은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밸류파트너스가 KISCO홀딩스에 제안한 자사주 매입,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에 요청한 배당 안건도 표 대결에서 졌다.
반면, SM 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지한 이사진 선임안이 가결됐다. 얼라인은 올 초 SM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키며 ‘행동주의 열풍’에 불을 당긴 펀드다.
지난달 31일 남양유업 주총에서도 차파트너스의 추천 인사(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가 소액주주 지지를 받아 감사위원에 선임되며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큰손’ 국민연금, KT·금융지주 등서 승리
행동주의 펀드들이 고전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투자한 회사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KT 사외이사 재선임에서는 사측이 제안한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에 대해 국민연금이 주총 전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표 전 사장이 주총 당일 사퇴했다. 반면 국민연금이 찬성한 ‘자사주 취득 시 매년 주총에서 보유 목적 보고 의무화’ 안건은 통과됐다.
지난달 24일 우리금융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동의한 임종룡 회장 선임안은 통과됐고, 같은 날 KB금융의 이사진 선임안 10건도 국민연금 뜻대로 확정됐다.
다만, 신한금융의 진옥동 회장 선임안은 국민연금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가결됐다. 재일교포와 외국인 주주들이 진 회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정착, 주주 연대 필수
주주 행동주의가 뿌리 내리려면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펀드들도 투자에 책임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행동주의 펀드 홀로 기업의 행동을 바꿀 수 없으므로 다른 개인·기관 투자자 등 우호 세력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증시는 단기 투자를 주로 하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커 이들이 주총에 적극 개입할 동기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과 연대해서 국내 증시에서 136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목소리만 부각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관치 논란이 일긴 했지만 주총을 앞두고 은행들이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 소액주주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먹튀’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행동주의 움직임을 ‘단타(초단기 투자)’의 소재로 보는 투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주총에서 펀드들 제안이 부결되자 직전 고점 대비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는 등 해당 기업들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기업 가치 개선을 통해 생긴 이익을 서로 나누는 건강한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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