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은 특수부대, 행동책은 조폭 출신… “코인 투자 분쟁 탓 범행”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A씨 납치·살인 사건은 가상 화폐(코인) 투자를 둘러싼 분쟁 때문이었다는 증언이 2일 나왔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이모(35)씨가 A씨와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코인 사업으로 크게 손해를 보자 원한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경찰도 이번 범행이 코인 투자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며, 이씨 등 검거된 3명 외에 코인 피해자로 추정되는 추가 공범 2명도 수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 이씨는 사건과 관련해 입을 열지 않았고, 대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주범은 사무장, 행동책은 조폭 출신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 중인 이씨는 황모(36)씨 등에게 피해자의 정보를 주고 납치·살해를 교사했다. 이씨는 대북 작전 등을 담당하는 특수부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이번에 행동책으로 이씨의 손발 노릇을 했다. 황씨는 주변에 “나는 A씨의 미행 역할만 하는 줄 알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판매 업자로 알려진 황씨는 이씨 대학 동창으로, 대전 지역 조폭 활동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입을 연 건 또 다른 행동책 연모(30)씨다. 황씨와 배달 대행업을 통해 알게 된 연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 3600만원을 갚아주겠다고 했다’는 황씨의 회유에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는 현재 특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다.이씨의 사주를 받은 황씨와 연씨는 범행 2~3개월 전부터 A씨를 미행하고 차량과 범행 도구 등을 준비했다.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이씨가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숙박업소도 잡아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시신을 매장한 장소인 대청호도 사전에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거된 3명 외에 또 다른 조력자나 배후 인물이 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주범 이씨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건물에서 검거됐는데, 이 건물에는 이씨의 지인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의 차에서는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주사기가 발견됐고, 이 주사기로 A씨에게 마취제를 놨다는 연씨의 진술이 있었다. 이씨 지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추가 공범 여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피해자, 가족과 코인투자사 운영
경찰은 이들이 왜 A씨를 납치·살해했는지 이유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종범인 연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코인을 뺏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A씨와 A씨의 가족남편, 또 다른 가족 등은 코인 회사를 차리는 등 가상 화폐와 관련한 사업을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빈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A씨의 투자 권유로 이씨가 손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안다”며 “이씨는 A씨뿐만 아니라 여러 (비상장) 코인에 투자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씨와 A씨가 지인 관계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피해자 주변인들에 따르면 A씨 남편은 상장되지 않은 코인에 투자를 적극 권유하면서 투자자들을 설득해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A씨 남편에게 투자했다는 B씨는 “투자 제안을 받아 친구 2명과 함께 총 3억원을 투자했었다”며 “손실을 크게 입은 사람이 많아 원한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B씨에 따르면 A씨 남편은 B씨에게 가상 화폐의 하나인 이더리움을 구매해 그의 가상 화폐 지갑에 송금하면, 상장을 앞둔 코인을 대신 구입해 주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남편이 ‘거래소 상장 직전이다’ ‘상장만 되면 크게 돈 벌 수 있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A씨와 A씨의 가족도 남편을 따라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18년엔 코인 회사를 차려 운영했다. 이 회사 자료에 따르면 A씨의 가족이 대표, 남편은 이사, A씨는 감사로 이름이 기재돼 있다. 회사는 작년 6월 폐업했지만, A씨의 가족들은 같은 자리에 또 다른 코인 회사를 차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가상 화폐 명칭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코인 부분은 서울경찰청 전문 부서 지원을 받아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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