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우칼럼] 요즘 세대가 바라는 새로운 권위
획일적 문화·일방적 권위 지양
기성세대와 자유로운 조화 원해
변화 맞춰 리더 책무 재정립해야
요즘 세대는 치밀하게 자신을 관리해온 탓에 작은 차이에도 예민하다. 데이터를 중시하고 통계적 추론에 능한지라 증거를 앞세우고 투명성을 중시한다. 성과급 산식을 내놓으라 하고, 회사든 노조든 투명한 회계 관리를 압박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오력’한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는 불합리한 미봉책이다. 가히 공정세대의 면면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며 형성해온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에 비토를 놓는 건 정말이지 아니다. 조직 부적응자에 ‘별다줄’ 대화법으로 통역이 필요한 존재로 묘사하는 OTT 콘텐츠는 비열하게 요즘 애들을 농락하고 편견의 감옥에 가둔다. 요즘 세대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보상과 제재를 당연시하는 똑같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다. 선배세대와 리더의 역할을 반기고 조직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인정받길 원한다.
“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직원 10만명의 밥줄이 걸려 있데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의 단호한 훈계에 매료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요즘 세대에게 진양철 회장의 통찰력과 승부 근성, 그리고 집념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권위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한다. 획일적인 회식 자리를 넘어 인생 선배들과 진실한 교감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바람도 읽힌다. 이들이 원하는 건 권위의 배격이 아니라 자유로움과의 조화다.
자유와 권위의 관계에 몰입한 20세기 초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변화를 막기보다 되레 변화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힘으로 권위를 이해했다. 자칫 자유와 권위를 반대로 놓기 쉬운 문명의 오류를 짚어냈다. 아는 척, 듣는 척, 변하는 척이 아니라, 진실하게 학습하고 경청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리더는 그 존재만으로 본보기가 된다. 자유로우나 불안하기 쉬운 후배 세대에게 안정감을 준다.
MZ세대 노조는 공정한 성과급, 투쟁보다 협상, 수평적 기업문화를 외치며 기성세대 노조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들의 담대한 움직임에 우리 사회와 리더가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권위와 진실한 태도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이 바라는 변화에 공감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열고, 변화를 도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의견이 틀렸다면 단호히 철회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 69시간 근무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이래서 잘한 일이다.
‘승포자’(승진포기자)가 오히려 도전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디지털 유목민들이 그들만의 장점을 발휘하도록 무대를 꾸미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리더의 책무이자, 새로운 권위의 조건이다. 역(易)멘토링으로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선배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 온라인의 ‘개저씨’ 일성이 메아리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
19세기에 권위를 깊게 따져본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권위의 본질을 사람들이 부여한 인정과 동의라고 봤다. 팔로어인 MZ세대가 인정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리더인 기성세대의 권위는 올바로 설 수 없다. 하지만 신뢰를 얻는 열쇠는 기성세대가 쥐고 있다. 리더로써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존경받는 새로운 권위의 필요조건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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