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뒤집은 신인 이예은…박정아 "우리 팀 '금쪽이'예요"

이대호 2023. 4.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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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통합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일격을 당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꺼낸 이름은 한국도로공사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19)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도로공사에 1-3으로 역전패한 뒤 "이예은이 어떤 서브를 넣는지 사전에 알아서 (대처하지 못한 게) 더 부끄러운 거 같다. 밤에 좀 더 분석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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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서버로 결정적인 서브 2득점…역전승 밑거름
적장 아본단자 감독도 "이예은 대처 못 한 게 부끄러워" 칭찬
인터뷰가 끝난 뒤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 도로공사 이예은 [촬영 이대호]

(김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배구 통합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일격을 당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꺼낸 이름은 한국도로공사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19)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도로공사에 1-3으로 역전패한 뒤 "이예은이 어떤 서브를 넣는지 사전에 알아서 (대처하지 못한 게) 더 부끄러운 거 같다. 밤에 좀 더 분석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대로 우승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마쳤던 흥국생명에 일격을 가하고, 벼랑에 몰렸던 도로공사를 구한 건 이예은이었다.

이예은은 세트 점수 0-1로 끌려가던 2세트 20-20에서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을 대신해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와 곧바로 서브 에이스를 터트렸다.

흥국생명전에서 에이스 2개를 터트린 도로공사 이예은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국생명 선수들은 이예은의 조금 긴 서브를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고, 공은 엔드라인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이예은은 계속해서 날카로운 서브를 날려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고 점수를 순식간에 24-20까지 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세트에도 이예은의 '마법'은 계속됐다.

20-21에서 박정아 대신 투입된 그는 이번에도 서브 에이스 1개를 곁들여 3연속 득점을 견인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 꼽은 수훈갑 역시 이예은이다.

김 감독은 "저는 큰 경기에 강한 '똘끼' 있는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오랜만에 봤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라면서 "아직 신장이 작아서 공격 쪽으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수비와 서브 능력이 괜찮은 선수다. 앞으로 지켜보라"고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수훈 선수로 선배 박정아, 배유나와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예은은 큰 경기 무게에 짓눌리기는커녕, 즐겁게 한 판 놀다 왔다는 표정이었다.

이예은(오른쪽)에게 탁자 위 자리를 권하는 박정아(왼쪽) [촬영 이대호]

박정아가 농담 삼아 "너는 의자가 아니라 인터뷰 단상에 앉아서 해도 된다"고 해도 까르르 웃기만 했다.

박정아는 이예은에 대해 "우리 팀에서 별명이 '금쪽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도 없고, 언제든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들어가서 자기 할 몫을 하니까 고맙다"고 했다.

배유나 역시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연습을 많이 못 해도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서브나 수비 대형을 잘 알아듣는다. 작전 수행도 잘하는 선수라 감독님도 믿고 넣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제천여고를 졸업한 이예은은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은 고작 1경기만 출전하고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원포인트 서버로 '비밀 병기' 역할을 하다가 이날 제대로 사고를 쳤다.

2라운드 3순위 지명 받은 이예은 한국도로공사 행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제천여고 이예은 선수가 김종민 감독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9.5 hwayoung7@yna.co.kr

이예은은 "서브도 작전이 그렇게 나와서 그 방향으로 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큰 경기라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긴장은 안 됐다. 고등학교 때랑 장소와 환경만 바뀌었지, 경기는 똑같다고 생각하니 떨리지 않더라"고 강심장의 비결을 밝혔다.

두 차례 에이스를 터트린 소감도 "솔직히 경기 중이라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언니들이 잘했다고 해주고서야 '내가 포인트 냈구나' 하고 실감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이예은에게 당한 흥국생명은 4일 열릴 4차전에는 철저하게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의 분석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예은은 해맑게 "저 스스로는 못 할 거 같고 (벤치에서) 시키는대로 말 잘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정아는 박장대소하며 "우리 예은이가 정규리그부터 뛰었으면 (저 정신력으로) 신인상 타는 건데…"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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