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그려낸 차무식의 화무십일홍 [HI★인터뷰]

우다빈 2023. 4. 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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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디즈니플러스 '카지노2' 라운드 인터뷰
쏟아진 호평에 "간만에 받은 과분한 인사"
한 인물의 일대기 속 '평범함'에 집중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최민식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시리즈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올해로 데뷔 34년차 배우 최민식에게 '카지노'는 유독 특별하다. 첫 OTT 진출작이자 25년 만 드라마 복귀라는 수식어를 빼고도 행복하고 또 뜻깊은 현장이었다. 강윤성 감독의 설계도 안에서 즉흥 연주를 하며 한 인물의 일대기를 선보였다.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최민식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시리즈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7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첫 OTT 도전작이다

'카지노' 시즌2는 공개 첫 주만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경신, 시즌1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최민식도 이러한 인기를 실감 중이다. 그는 "사랑받고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간만에 과분한 인사를 받았다. 참 정신이 없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나 기쁜 내색을 드러낸 최민식은 "삑사리난 구슬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엮었다. 항상 아쉬움은 남는다. 전 매번 연애를 한 번 찐하게 한 기분이다.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고 작품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노라고 밝혔다. 영화 '쉬리' '파이란' 그리고 '올드보이'까지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최민식에게도 '카지노' 시리즈는 유독 특별했단다. 이번 작품은 유독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최민식이 들은 바로는 등장하는 연기자만 무려 170여 명이다. 이들과 함께 작업한 최민식은 "그럴듯한 호흡을 이뤄냈다"면서 명배우의 겸손한 모습을 내비쳤다.

"영어가 많이 안 늘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최민식은 극중 차무식의 '화무십일홍' 대사를 언급하면서 "결말이 마음에 든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인간의 욕망을 쫓다 보면 이렇게 된다는 간단한 메시지다. 제가 강 감독에게 시들시들한 들꽃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감독도 그 의도를 캐치했다. 마치 차무식이라는 인간의 결말처럼 시들시들한 꽃, 클로즈업을 잡아주더라.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듯, 차무식이 주체를 못 해서 떨어지듯, 처음과 끝이 비슷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강 감독의 연출을 이해했지만 최민식에게도 작업 초반 우려가 존재했다. 그간 하지 않았던 생소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민식은 강 감독의 흐름에 맞춰 차무식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최민식이 차무식을 '평범한 인물'으로 정의했다. 엄마 앞에선 평범한 아들이고 아내 앞에서는 평범한 남편인 차무식이 자기도 모르게 늪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또 물 흘러가듯 표현했다. 가령 극중 서태석을 몇 번이나 살려준 까닭은 그의 보스인 민 회장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란다. 또 정팔(이동휘)를 바라보는 관점도 인간미가 묻어난다.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서양 누아르를 쫓아가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마지막 엔딩에서 총싸움을 할 때도 느닷없이 들어와서 죽을 놈은 죽잖아요.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한 거죠. 끝까지 차무식을 선인이냐, 악인이냐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사내일 뿐이죠."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즌 2가 마무리되며 전 시즌 N차 정주행 열풍이 잇따르고 있다. '카지노' 스틸컷

다만 연기적 관점에서 인물을 쉽게 정의하는 것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차무식이 여러 이야기를 거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차무식을 표현하는 과정을 두고 "재즈 즉흥 연주를 하듯 연기했다. 나 혼자만 정의를 내린다면 큰일난다"고 말했다. 또 강 감독이 만든 건축 설계도에서 벗어나선 안 됐다. 최민식은 극 안에서 설득력이 있는 변주만 허용했다. 여기에는 좋은 후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이 빛을 발했던 대목이다. 얼마 전 만난 후배 연기자들에게 최민식은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했다. 배우들은 각자 책임감을 갖고 현장에 왔고 감독은 이를 고스란히 흡수했다. 이런 현장은 오랜 연기 경력의 최민식에게도 보기 드문 작업이었다.

아울러 최민식은 후배들과 호흡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손석구에 대해선 "빌드업을 잘 한다. 제가 봤을 때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와 손석구가 화끈하게 붙길 바랐다. 나름대로 차근차근, 고시 공부하듯 감독과 이야기하더라. 아주 대견하고 보기도 좋았다"고 흐뭇함을 전했다.

늘 충무로의 기둥 같은 존재이지만 최민식에게도 흥행은 늘 어려운 단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전혀 신경을 안 쓰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신경 쓰다 보면 병이 난다. 아예 신경 안 쓰려고 한다"면서 "OTT 작품이 처음인데 스코어를 안 알려주더라. 오히려 잘 됐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과거에도 3, 4시간 분량의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의사를 드러냈던 최민식에게 '카지노'는 어떠한 갈증을 해소시킨 계기가 됐다. 긴 호흡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작품을 하지 못하게 된 최민식은 "노는 게 지겹더라"면서 "OTT 드라마는 긴 호흡, 소재의 제약이 없다. 내 나름대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장점을 짚었다.

오랜만의 드라마 작업을 했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 최민식은 "OTT 플랫폼 작품으로 우리가 성과를 얻었지만 극장이라는 공간을 포기해선 안 된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한정된 공간에서 한 작품을 우리가 같이 본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교감할 수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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