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외치던 정부…세수 구멍에 ‘진퇴양난’
세수 증가·국채 발행 등도 난항
정부 “지출 축소” 복지 악화 우려
올해 세수 결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해 온 정부가 ‘세수 펑크’와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했다. 모자란 세수를 국채 발행으로 메울 경우 정부가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기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수 결손에 따른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으로 인해 복지사업이 축소되고 경기 둔화 대응도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줄었다. 경기 둔화 국면 속 저조한 국세 수입 진도율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으로도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지난해(395조9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높여 잡아 400조5000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가정하고 세입예산을 짰다.
세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주식 시장 부진으로 자산 세수가 줄고,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공시가격 하락과 정부의 공제·세율 조정, 2주택 중과 해제가 맞물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수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규모를 늘리도록 한 ‘K칩스법’도 내년도 법인세 감소 요인으로 대기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12조9000억원, 총 64조4000억원의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우려되지만 마땅히 꺼낼 카드는 없는 상황이다. 국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올해 말 국가채무 예상치(1134조4000억원)보다 나랏빚이 더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정부 예상치(49.8%)를 넘어 50%를 돌파할 수 있다. 그간 국가채무비율 조정을 내세워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가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카드는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통해 현금성 지원사업이나 직접 일자리 축소, 공공부문 긴축 등을 통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세입 수준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에 세수가 줄면 전반적인 재정의 역할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지출 대상을 선별해서 집중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교수(한양대 경제학)는 “세수 감소는 기본적으로 재정 지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재정 지출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대한 복지 혜택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감세를 추진하면서 채무는 줄이겠다고 하는데, 당장 세수 감소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어서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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