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3월 대중국 수출 14년 만에 최대폭 감소

박상영 기자 2023. 4. 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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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전 세계 국가 중 대중 수출 규모가 두 번째로 컸던 한국이 올해에는 미국과 호주에 밀려 4위를 달리고 있다. 주력 품목인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대중 수출 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나아져도 중국의 주요 산업 자립화 정책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돼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은 104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했다. 이처럼 큰 폭의 감소는 2009년 1월(-38.6%)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104억2000만달러 기록
수출국 순위도 2위서 4위 추락
30% 넘던 수출 비중도 19%로
무역적자 46억2000만달러 급증
1분기 누적액, 작년의 절반 육박

전체 수출에서 약 30%를 차지했던 중국의 수출 비중은 올해 들어 19.8%까지 쪼그라들었다. 그 여파로 지난달 전체 수출 역시 55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줄었다.

대중 수출 부진은 반도체 경기 악화 탓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달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수출이 49.5% 줄어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그간 중국에서 한국 제품이 강세를 보인 석유화학(-37.9%), 무선통신(-43.2%), 일반기계(-26.6%) 수출도 모두 뒷걸음질 쳤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월 누적 기준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 제품 비중은 6.2%로 미국(7.8%), 대만(7.1%), 호주(6.5%)에 이어 네 번째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1~2월 중국의 한국 제품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 수출 하락 폭은 미·중 갈등에도 -4.7%를 기록해 한국에 비해 적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중 간 교역에서 최근 갈등이 불거진 첨단 반도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일 뿐”이라며 “농산물 등 수많은 상품은 그대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도 중국이 석탄 등의 광물 수입을 재개하면서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17.6% 증가해 미국과 대만에 이어 3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경우 수산화리튬 등 2차전지 소재 수입액이 가파르게 늘며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 1~3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78억8000만달러로 전체 무역 적자(225억80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9%에 달했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1위 대상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무역수지 적자 1위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 부두에 2일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3월 무역수지 적자 누적치가 이미 지난해 한 해 전체 적자(477억8000만달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이어지는 중으로,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를 낸 이후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다.

향후 반도체 수출이 반등하지 못하면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에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분기부터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영향을 받아 경기회복 자체가 지연돼 침체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늦어지는 점도 악재다. 여기에 중국 내 자국산 제품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대중 수출이 과거처럼 늘어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에서 중국의 수출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해 왔는데 이 같은 형태의 양국 간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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