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신고 않는 이유 1위는 “말해 봐야…”
“난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넌 그래도 아무 일이 없으니까. 네가 경찰서 가서 그 XX까지 떨었는데 넌 또 여기 와 있고 뭐가 달라졌니?”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동은을 괴롭히던 연진은 “나한테 왜 이러느냐”는 동은의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실제 고등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겪고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또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미신고 비율이 최근 급감하기는 했지만, 신고가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많다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미신고’ 매년 급감 속
고학년일수록 기대감 낮아
폭력 목격 “무력감” 토로도
정순신 불참, 청문회 연기에
당국 근절책 발표도 미룰 듯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2일 최근 6년간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취합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피해 후 미신고’ 비율은 2017년 21.2%에서 2022년 9.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의 미신고 비율은 2017년 22.2%에서 2022년 5.0%로 크게 낮아졌다.
2022년 기준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30.4%), 스스로 해결하려고(21.1%),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7.3%)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답변 순위는 학교급별로 차이가 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스스로 해결하려고’라는 응답이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보다 많았던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더 많았다.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는 2020년·2021년 고등학생 학교폭력 미신고 이유 중 각 35.2%와 29.7%로 1위였고, 2022년에는 27.1%로 2위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치 자체가 낮다는 뜻이다.
고등학생은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다른 학교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2년 기준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초등학생 26.9%, 중학생 33.6%, 고등학생 35.7%였다.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목격 후 방관했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 25.7%에서 2022년 35.7%로 10%포인트 늘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피해 후 미신고와 목격 후 방관은 학교와 당국이 학교폭력에 대해 신속하게 도와주고 엄정하게 처분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교육부가 마련 중인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이에 대한 해법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청문회가 정 변호사 불출석으로 이달 14일로 연기되면서 월초로 예정됐던 교육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 발표도 청문회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학교폭력 근절대책에는 대입 정시모집 학교폭력 반영 여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강화 등의 조치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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