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3인조, ‘청부 살인’일 가능성도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피의자 “코인 노렸다” 진술
피해자 납치 후 동선은 불명
경찰, 계획 범행 가능성 조사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3명의 구속 여부가 3일 결정된다. 경찰은 “빚 3600만원을 대신 갚아준다고 했다”는 피의자 연모씨(30)의 진술을 토대로 ‘청부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피해자를 지목해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35)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오전 11시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모씨(36) 등 이들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가상통화를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연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계획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지난 1일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연씨가 “피해자의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피의자 황씨와 이씨는 진술을 거부 중이다.

이들은 범행 이전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살해를 모의하고 구체적인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연씨와 황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28일 서울에 도착해 29일 오후 4시쯤부터 피해자 사무실 인근에서 피해자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퇴근하는 오후 7시쯤부터 그를 미행해 오후 11시46분쯤 자택 인근에서 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이씨가 피해자를 지목하고 나머지 둘에게 범행 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직인 연씨와 주류회사에서 일하는 황씨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이며, 이씨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있다. 연씨와 황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며 알게 된 사이이며, 황씨와 이씨는 대학 동창이라고 한다.

연씨와 황씨가 지난달 29일 자정쯤 피해자를 납치한 이후, 6시간가량의 이들 동선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30일 0시12분 서울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0시22분쯤 마성IC, 0시41분쯤 경기 용인터미널 사거리를 지난 사실은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후 오전 6시 전후 대청댐 인근에서 차량 소재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동선이 불분명한 상태다. 경찰이 범행 차량을 특정하고 전국에 수배를 내린 것은 이날 오전 0시56분으로, 이미 범행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뒤였다.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현금만 사용하는 등 도주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연씨와 황씨는 피해 여성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후 대전 대덕구에서 렌터카를 빌려 청주 상당구로 이동했다. 이후 다시 각각 택시를 이용해 경기 성남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면서 현금으로 결제하고, 옷을 사서 갈아입는 등 경찰 수사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청부살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9일 피해 여성을 납치한 뒤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31일 긴급체포됐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