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도 보수가 할퀴는 ‘제주 4·3’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제주 4·3’에 대한 보수진영의 왜곡과 폄훼가 심각하다. 3일 열리는 4·3 추념식을 앞두고 제주도 곳곳에 ‘4·3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우리공화당 등 명의의 현수막이 걸렸다가 자치단체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서북청년회의 재건단체는 추념식 당일 제주 집회를 예고했다.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된 사건의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상처를 덧내는 언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4·3은 1947년 3·1절 제주 기념식장에서 경찰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숨지며 시작됐다. 1948년 4월3일 남로당 무장봉기를 거쳐 1954년 9월21일까지 무장대·토벌대 간 충돌, 토벌대 진압 과정 등에서 민간인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다. 사건은 오랫동안 묻혀졌다가 2000년 들어서야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2014년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함으로써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국가 책임을 인정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4·3 추념식을 앞두고 벌어진 역사 왜곡과 폄훼는 여권이 진원지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제주를 찾아 “4·3사건이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와 역사학계가 축적한 연구 결과를 뒤집는 주장인데도 이렇다 할 근거는 들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7년7개월간 복잡다기하게 진행된 사건의 성격을 ‘제주도민이 김일성에 부화뇌동해 이승만 정권의 진압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태 의원은 4·3단체들의 사과 요구에 “사과할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4·3을 ‘폭동’이며 ‘반한·반미·반유엔·친공투쟁’이라고 한 과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일 대구를 방문해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하고 서문시장을 찾았던 윤 대통령이 이틀 뒤 열리는 행사를 ‘해외 순방 준비’ 등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윤 대통령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던 당선인 시절의 약속대로 악의적인 역사 왜곡을 방치해선 안 된다. 여전히 피해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화해와 치유에만 집중해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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