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질투, 눈물…조승우의 절절한 '유령'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 작품 이해도↑
조승우, 섬세한 연기로 무대 장악
"절실함으로 무대…최선 다할 것"
[부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 배우 조승우가 비밀에 감춰진 ‘오페라의 유령’(이하 ‘유령’) 역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17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시선은 이내 조승우를 향했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조승우의 ‘유령’이 마침내 베일을 벗은 순간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관객과 만난 것은 이번 시즌을 제외하면 2001년 정식 라이선스 초연을 시작으로 총 5번. 이 중 한국어 공연은 단 두 차례(2001년, 2009년)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공연인 2019~2020년 월드투어는 실력파 해외 배우들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지만, 영어 대사를 한국어로 번역한 자막으로 접해야 해 작품 속 인물들의 드라마를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13년 만에 세 번째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자막 없이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접할 수 있어 색달랐다. 특히 유령과 크리스틴의 관계가 보다 한국적인 정서로 재해석돼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2019~2020년 월드투어 당시 유령이 크리스틴을 향한 ‘집착남(男)’의 모습이 강조됐다면, 이날 공연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유령은 크리스틴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외모 때문에 겪은 마음의 상처를 지닌 복잡한 심리 상태의 인물로 표현해 동정과 연민을 극대화했다.
조승우는 제작사를 통해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이 작품이) 내 옷이 아닌지,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었다”며 “우리 팀을 비롯한 정말 많은 분이 용기를 줬고, 결국 (공연의) 막이 올라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이 떨고 실수도 잦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며 “부족했던 제게 응원과 박수를 주셔서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이제 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조승우와 함께 ‘유령’ 역에 캐스팅된 전동석, 김주택도 자신만의 색깔로 유령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바리톤 출신인 김주택은 이번이 첫 번째 뮤지컬임에도 캐릭터에 잘 스며들어 다른 배우들보다 공포스러움이 강조된 색다른 유령을 보여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연 관계자는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송은혜, 라울 역의 송원근·황건하도 개막 초반부터 각자 역할에 잘 녹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 부산 공연을 통해 누적 관객 15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7월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 공연에선 성악 전공자이자 ‘아이다’ ‘킹키부츠’ ‘마틸다’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배우 최재림이 유령 역으로 합류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카메라 앞 감속 꼼수 안 통한다”…달리면서 과속 잡는 순찰차
- "여성이 준 선물 안에"...러시아 카페 폭발, 26명 사상
- "왜 이리 주가 싼지 설명좀" 칼 빼든 日거래소 [김보겸의 일본in]
- "S&P 4600 간다" vs "약세장 랠리일 뿐"[미국은 지금]
- ‘셀 코리아’ 외국인 자금 이탈…당정 공매도 논의 시동
- '강남 한복판 납치·살해' 30대 3명, 오늘 구속 기로
- "사우나 같이 할까?"…외국인 여직원에 국정원 간부가 보낸 문자
- "亞 해방 기여"...日 극우 단체 '새역모' 교과서 검정 통과[그해 오늘]
- [기자수첩] ‘징계 사면 철회’ 축구협회가 넣은 환상의 자책골
- 각종 악재에도 야구장은 뜨겁다...팬만 생각하는 프로야구 돼야